[총선 D-23/더민주 비례공천 갈등]셀프 공천… 사상초유 ‘비례 5선’
반발 예상 못했나… 밝게 웃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왼쪽)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만나 파안대소하고 있다. 비례대표 순위 결정을 위한 중앙위 회의는 일부 중앙위원의 반발로 파행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중앙위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비례대표 순위) 투표를 A, B, C그룹으로 나눠 하도록 한 것은 당헌에 위배되고 중앙위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앙위에 앞서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1∼10번을 A그룹, 11∼20번을 B그룹, 21∼43번을 C그룹으로 지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은 15번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일부 중앙위원은 지도부가 정한 그룹 배정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발 예상 못했나… 밝게 웃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왼쪽)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만나 파안대소하고 있다. 비례대표 순위 결정을 위한 중앙위 회의는 일부 중앙위원의 반발로 파행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날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은 전날 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심야 비대위에서 결정됐다. 한 당직자는 “확정된 비례대표 명단은 공관위의 초기 순번과 상당히 달라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기에 A그룹 일부 후보자의 배치는 공관위의 정식 면접 절차도 건너뛴 채 19일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가 책임을 지기 위해 (내년) 대선 때까지 당에 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총선 이후에도 당 주도권을 쥐고 대선까지 바라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의 구원 투수인 줄 알았던 김 대표가 구단주가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차지한 ‘비례 2번’은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영입할 때 제안했던 자리다. 김 대표는 13일 본보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 측에) 그런 유치한 소리 듣기도 싫다고 핀잔을 줬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말을 바꾸며 논란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당 안팎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번 논란으로 (지지율이) 5%만 움직여도 수도권에서 10석 이상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공천이 배제된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며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좌시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당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민주당이) 공화정에서 군주정으로 바뀌었다”고 가세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