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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발톱’ 드러낸 김종인… 당내 “수도권 10석 날릴 판”

입력 | 2016-03-21 03:00:00

[총선 D-23/더민주 비례공천 갈등]셀프 공천… 사상초유 ‘비례 5선’




반발 예상 못했나… 밝게 웃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왼쪽)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만나 파안대소하고 있다. 비례대표 순위 결정을 위한 중앙위 회의는 일부 중앙위원의 반발로 파행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칼끝’에 들끓던 당내 불만이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놓고 결국 폭발했다. 비례대표 순번 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김 대표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셀프 공천’한 게 본질적인 이유다. 20일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결정하려던 당 중앙위원회는 결국 연기됐다.

중앙위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비례대표 순위) 투표를 A, B, C그룹으로 나눠 하도록 한 것은 당헌에 위배되고 중앙위원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앙위에 앞서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1∼10번을 A그룹, 11∼20번을 B그룹, 21∼43번을 C그룹으로 지정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비례대표 당선 안정권은 15번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일부 중앙위원은 지도부가 정한 그룹 배정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발 예상 못했나… 밝게 웃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왼쪽)와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이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만나 파안대소하고 있다. 비례대표 순위 결정을 위한 중앙위 회의는 일부 중앙위원의 반발로 파행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일부 후보자의 전력도 논란이 됐다. 비례대표 1번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제자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옛날엔 그런 경우가 많았다”며 “내가 보기에 그건 마이너(사소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그룹의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아들이 비리 방위산업체에 근무해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중앙위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지도부는 21일 다시 중앙위를 열어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기로 결정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중앙위가 무산된 뒤 긴급 비대위를 열고 그룹별 후보자 조정 등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발표된 비례대표 명단은 전날 밤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심야 비대위에서 결정됐다. 한 당직자는 “확정된 비례대표 명단은 공관위의 초기 순번과 상당히 달라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기에 A그룹 일부 후보자의 배치는 공관위의 정식 면접 절차도 건너뛴 채 19일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가 책임을 지기 위해 (내년) 대선 때까지 당에 남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총선 이후에도 당 주도권을 쥐고 대선까지 바라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의 구원 투수인 줄 알았던 김 대표가 구단주가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가 차지한 ‘비례 2번’은 문재인 전 대표가 김 대표를 영입할 때 제안했던 자리다. 김 대표는 13일 본보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 측에) 그런 유치한 소리 듣기도 싫다고 핀잔을 줬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내가 비례에 큰 욕심이 있느냐, 난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말을 바꾸며 논란이 커진 셈이다.

이에 따라 당 안팎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번 논란으로 (지지율이) 5%만 움직여도 수도권에서 10석 이상 날아가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공천이 배제된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며 “사람들이 염치가 있어야지…좌시하지 않겠다”고 적었다. 당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더민주당이) 공화정에서 군주정으로 바뀌었다”고 가세했다.

당내에서는 그간 김 대표의 ‘강공 드라이브’에 침묵했던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당 관계자는 “만약 김 대표가 비례대표 명단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전면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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