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22]격전지 4곳 여론조사
4·13총선을 앞두고 서울 종로에서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19, 20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는 상징성뿐 아니라 거물급 후보들이 맞붙어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선 서울시장 출신인 오 전 시장과 당 대표 출신 현역 5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 모두 인물 경쟁력에선 밀리지 않는 구도다.
정 의원은 지역 주민의 충성도가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절대로 투표하지 않을 후보를 묻는 질문에 정 의원은 6.0%였던 반면 오 전 시장은 21.7%나 됐다. 여권 견제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 여당의 국정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44.3%)는 답변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 후보를 지지한다(42.2%)가 팽팽했다. 정 의원은 “(종로에서) 4년 동안 삶의 질 향상 등 많은 성과를 냈다. 지역 민심은 상당히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수성갑]새누리 지지 31% 김부겸 선택… 김문수는 숨은 표 기대
대구 수성갑은 상대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이곳을 지역구로 택한 이유다. 동아일보와 채널A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은 50.0%의 지지도를 얻어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31.6%)를 18.4%포인트 차로 앞서는 걸로 나타났다.
최근 대구 지역에서 불거진 ‘진박(진짜 친박) 후보’ 공천 논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진박 마케팅’을 구사했지만 응답자의 53.0%가 새누리당이 공천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지역 정서는 여전히 여권에 우호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능력과 새누리당 지지도가 각각 50.3%, 50.8%로 나왔다. 김 전 지사 측이 드러나지 않는 여권의 숨은 표를 기대하는 이유다. 김 전 지사 관계자는 “시민 반응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김 전 지사가 훨씬 좋은 선택이라는 것을 시민이 알아주고 있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여당 지지층도 아직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지지자 중 57.4%가 김 전 지사를 지지했지만 31.6%는 김 전 의원을 선택했다. 더민주당 지지층에선 92.6%가 김 전 의원을 지지했다. 연령별로는 김 전 지사는 50대 이상에서, 김 전 의원은 20∼40대에서 높게 나왔다. 김 전 의원은 “이번 기회에 새누리당을 긴장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앞서고 있는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며 “교만하지 않고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계양을]野 분열에도… 더민주 송영길, 與윤형선에 13.5%P 우세
역대 선거에서 야권 우세 지역으로 분류돼 온 인천 계양을은 4·13총선에서 전·현직 야당 의원이 맞붙는다.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현역인 국민의당 최원식 의원이다. 새누리당에선 의사 출신인 윤형선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이번 조사에서 야권 후보가 분열됐음에도 송 전 시장이 지지율 35.4%를 얻으며 최 의원(10.7%)을 크게 앞섰다. 윤 후보는 21.9%였다. 송 전 시장은 “지역 발전 공약에 대한 지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당 지지도의 경우 새누리당이 28.6%로 더민주당(25.7%), 국민의당(12.5%)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각 정당의 공천 갈등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인물을 보고 지지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인천시장을 지낸 송 전 시장이 일단 인지도 등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응답자들은 후보를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후보자의 자질(40.9%)과 정책 및 공약(30.1%)을 우선시했다. 소속 정당은 17.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계양을은 2000년 16대 총선 때부터 야당이 석권해 온 지역이지만 정당보다 인물의 비전을 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기 분당을]2與 1野 구도… 與 전하진, 더민주 김병욱에 9.6%P 앞서
경기 분당을은 ‘경기도의 강남’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전통적인 여권 강세 지역이다. 그러나 4·13총선을 앞두고 여권이 분열돼 표심의 향배가 주목되는 지역이다. 새누리당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선 양강 구도 속에 새누리당 전하진 의원이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후보를 이겼다. 그러나 4년 만에 치러지는 ‘리턴 매치’는 ‘이여일야(二與一野)’ 3자 구도가 되면서 혼전이 예상된다.
이번 조사에서 전 의원(31.8%)은 김 후보(22.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분당을에서 16∼18대 내리 3선을 했지만 중도에 의원직을 사퇴하고 청와대로 들어갔던 임 전 실장은 15.6%를 얻었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과거 사화(士禍)에 버금가는 악습이라고 비판했던 임 전 실장은 “무소속 출마가 지역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어려움을 뚫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전 의원은 “지역에서 잘못하면 두 사람 다 죽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공천 내홍’을 두고 현지 여론은 좋지 않았다. ‘잘못한다’는 평가가 47.4%로 ‘잘한다’(26.7%)보다 많았다.
김 후보는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정책특보를 지낸 측근이다. 자신이 후보직을 양보해 손 전 고문이 승리했던 2011년 4·27보궐선거를 재연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제2의 손학규’ 정신으로 분당대첩에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