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엄마 모임, 직접 제사상 차려… “이런 비극 다시는 없어야” 울음바다
21일 경기 평택시 평택시립추모관에서 열린 신원영 군의 49재 추모식에서 신 군의 이모가 헌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평택=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21일 경기 평택시립추모관에서 원영이의 49재가 열렸다. 평택 지역 어머니 커뮤니티 ‘평택 안포맘(평택시 안중읍 포승읍 엄마 모임)’이 원영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 류정화 안포맘 대표와 스태프 등 20여 명의 회원과 공재광 평택시장, 평택시의회 김기성 의원 등 총 40여 명이 원영이의 넋을 기렸다.
안포맘은 원영이의 넋을 위로하고 ‘제2의 원영이’를 막기 위해 49재를 마련했다.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학대에 사늘히 죽어간 원영이에게 살아 있는 사람들이 주는 ‘식사’였다. 잡채와 불고기, 전, 미역국 등 회원들이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이 상에 가득했다. 류 대표는 밥그릇 크기의 두 배가 되는 양의 밥을 꾹꾹 눌러 담았다. 그동안 못 먹은 한을 달래는 의미였다.
류 대표가 원영이에게 쓴 편지를 낭독하자 추모관을 찾은 모두가 흐느끼기 시작했다. 원영이의 이모와 이모부도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느라 바빴다. 이모는 “저 영정 사진도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찍은 건데…. 저때만 해도 몸에 아무 흔적이 없어 그저 잘 지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라며 울먹였다. 이모부는 “원영이 엄마가 어제 ‘혹시 오늘 49재면 원영이 혼자 쓸쓸히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며 추모관을 찾았다. 오늘 안포맘 회원분들이 와 주시니 어제 원영이를 보러 여기에 왔나 보다”라며 눈물을 다시 훔쳤다. 이날 100일을 갓 넘긴 아기를 품에 안고 과자를 한가득 사 온 봉혜진 씨(36·여)는 “딸이 있다 보니 원영이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났다. 살아 있을 때 아무것도 해 주지 못했지만 가는 길이라도 배웅하고 싶어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국화꽃을 받기엔 아직 어린 나이. 꿈 한 번 펼쳐보지 못하고 떠난 원영이에게 사람들은 국화꽃 한 송이를 놓으며 넋을 기렸다.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생을 일찍 마감했지만 원영이의 하늘 길은 쓸쓸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속으로 외쳤다.
‘원영아 잘 가거라.’
평택=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