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콘 군상
조각은 기원전 1세기경 제작되었습니다. 인체를 다룬 미술이 사실성을 더하던 때였습니다. 생생한 표정과 격렬한 동작으로 인간의 감정을 드러내고자 했답니다. 이런 시대의 특징이 잘 드러난 조각은 한 사람 솜씨가 아니었습니다. 하게산드로스, 아테노도로스, 폴리도로스의 합작품이었지요. 이 조각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506년이었어요. 땅속에 묻혀 있다 발견되었거든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예술성이 뛰어났습니다.
조각 정중앙 인물이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입니다. “그리스 군대가 숨은 목마의 트로이 성 진입은 위험하다.” 트로이의 미래를 위해 조언했지요. 이런 행동이 트로이 함락을 원했던 바다 신의 심기를 거슬렀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은 너그러운 편은 아닙니다. 특히 신의 위엄에 도전한 인간에게 가혹했지요. 분노한 포세이돈은 라오콘과 두 아들에게 죽음의 형벌을 내렸습니다.
세기의 바둑 대국 소식에 인공지능과 겨룰 인간의 심적 부담감만 염려되었습니다. 우연히 네 번째 대국이 시작될 무렵 소위 ‘인간 대표’를 보았습니다. 세 번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을 잡는 침착함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실로 고요했습니다. ‘어쩌면 그리스 미술이 갈망했던 인간의 아름다움, 빙켈만이 말했던 존재의 고요함이 이런 것일지 모르겠다.’ 그날 밤 전해 들은 승전보와 무관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이 주인공인 가상의 공간이 아니라, 이 현실 세계에도 고요해서 아름다운 존재가 있었습니다.
공주형 한신대 교수·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