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작년에 유난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벌어진 아동학대 사건들이 많이 보도됐다. 김치를 뱉었다고 바닥에 패대기쳐진 아이, 준비물 안 가져왔다고 바늘로 찔린 아이, 말 안 듣는다고 화장실에 갇힌 아이, 재롱잔치 연습하다가 잘 못해서 맞은 아이…. 이런 뉴스를 많이 접한 터라, 기관에 보내면서 불안하다고 말하는 부모가 많다. 하지만 단언컨대, 그런 기관보다 그렇지 않은 좋은 기관이 훨씬 많다. 아이를 학대하는 교사보다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를 돌보는 교사들이 훨씬 많다. 물론 걱정하는 그 마음은 이해가 된다.
아이가 말을 못한다면, 좀 철저하게 점검하긴 해야 한다. 학대를 당하고 있다면, 잘 관찰하면 알 수 있다. 말을 못해도 뭔가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는 것, 적응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은 표시가 난다. 아이 몸에 상처나 멍이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외에도 아이의 행동으로도 알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평소와는 다르게 집에 와서 많이 울거나 잠을 잘 못 자거나 특별한 이유도 없는데 많이 칭얼대거나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놀라는 행동이다. 만약 이런 신호가 보인다면, 교사에게 얘기해야 한다. 요즘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야 한다. 때에 따라서는 강력한 행동도 취해야 한다.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적인 일, 그 이상의 것은 교사에게 따로 부탁해야 하는 것이 맞다. 부탁할 때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말하고, 들어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약을 먹여야 한다면 “선생님, 아이가 1시에는 약을 꼭 먹어야 해요. 꼭 챙겨주셨으면 합니다”라고 따로 말을 해야 한다. 기관의 일상적인 일에 문제가 있을 때는 당연히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교사는 우리 아이 1명을 보살피는 사람이 아니라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이다.
집단의 일원이기 때문에 억울한 일도 분명 있다. 서운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집단의 한 일원으로서 내야 하는 ‘교통비’ 같은 것이다. 우리 아이가 손을 들었는데, 안 시켜줄 수도 있다. 우리 아이의 만들기 작품이 미완성인 채로 올 수 있다. 내 아이의 급식에 ‘고기’가 덜 들어갈 수도 있다. 내가 내 아이를 전부로 알고 키우다가 여러 아이 사이로 보내면 그런 모습이 다 눈에 걸려 섭섭할 수는 있다. 지나친 것은 당연히 따져 물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차를 타면 차비를 내야 하는 정도로 생각해주어야 한다.
혹시 교사가 정말 안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면 당연히 원장에게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상식선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불안하다면, 그 불안의 근원은 내 안에 있을 수 있다. 내가 가진 지나친 불안의 문제일 수 있다. 어떤 사건, 어떤 상황에 불안감이 높으면, 그 불안으로 인해서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생겨난다. 이때는 나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내 안의 불안을 점검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