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숨은 주역’
○ 과거 실적보다는 미래를 보는 투자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만든 제작사 ‘NEW’에 30억 원을 지원했다. 총 제작비 130억 원 가운데 23%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100% 사전 제작으로 진행된 드라마이다 보니 자금을 미리 조달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수출입은행이 낮은 이자로 대출을 해준 덕분에 후반부 제작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졌다는 게 업계의 후문이다.
이 밖에도 수은 측은 ‘태양의 후예’가 군인을 세련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출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등에서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 중국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제팡(解放)군보는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중국 인터넷 시청 건수가 10억 회를 넘었다”며 군 관련 영화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고 극찬했다. 제팡군보는 또 “‘태양의 후예’가 한국군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국가 의지도 잘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2013년 7월 국내 금융권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신설한 기업은행도 영화업계에서는 정평이 나 있는 투자자다.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가운데 ‘베테랑’은 지난해 개봉 이후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며 240%의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정성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14명의 팀원 전체가 읽어본 뒤 작품성부터 출연배우의 인지도, 감독의 과거 작품 등에 대해 난상토론을 거쳐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콘텐츠 담당 부서에서 지원을 결정한다고 해도 실제 투자나 대출이 진행되려면 여신 심사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제작사가 한 작품을 준비하는 데 몇 년씩 걸리다 보니 막상 재무제표에 나타나는 경영실적들은 좋지 않아 심사를 통과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정 팀장은 “매출이나 이익 등 과거 기록으로만 회사를 평가하는 기존 여신 시스템에서는 문화콘텐츠를 지원하기 어렵다”면서 “작품의 미래 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부도 마중물 펀드로 문화콘텐츠 분야 지원
금융당국도 지난달부터 시행된 증권형(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문화콘텐츠 분야를 지원할 예정이다. 문화콘텐츠 기업이 크라우드펀딩에 나설 경우 기업은행이 전체 모금 목표액 중 10% 정도를 마중물 펀드(100억 원 규모)에서 떼어내 투자하는 방식이다. 21일 IBK투자증권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마중물 펀드의 첫 번째 지원 사례로 검토되고 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