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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유승민 사태’ 키우는 與, 민심보다 청와대가 두려운가

입력 | 2016-03-23 00:00:00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유승민 의원 지역구(대구 동을)의 공천 여부를 어제 또 보류했다. 20대 총선 후보등록을 하루 앞둔 오늘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만일 공관위가 유 의원을 공천 탈락시킨다면 유 의원은 자정 전에 탈당해야 무소속 출마가 가능하다. 15일부터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유 의원 공천 여부를 최고위원회로 떠넘기고, 최고위는 공관위가 먼저 결정하라며 떠넘기는 무책임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당연히 공천권을 행사했어야 할 공당(公黨)의 공관위가 유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고문’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새누리당이 낯 뜨거운 ‘핑퐁 게임’을 한 이유는 자명하다. 공천하자니 그를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가 보이고, 컷오프(공천 배제)하자니 민심의 역풍이 두려운 것이다. 역풍은 친여(親與) 성향의 서울 강남벨트와 박 대통령의 ‘텃밭’인 대구에서 친박(친박근혜)·진박(진실한 친박) 후보를 경선에서 우수수 떨어뜨릴 정도로 강하다. 새누리당이 총선 판세가 불리해지더라도 유 의원을 도려내 굳이 소탐대실(小貪大失)하려는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이러니 사실상 ‘의석 과반에 실패해도 좋으니 유승민만은 잘라내라’는 것이 박 대통령의 지침이란 소리가 나온다.

유 의원도 원내대표 시절 문제는 있었다. 야당과의 공무원연금법 개혁안 협상 과정에서 이 법과 연계해 엉뚱하게 국회법 개정안을 수용해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게 했다. 이 때문에 개정 국회법 폐기 사태까지 초래했으니 원내대표로서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가 있었다. 결국 유 의원이 의원총회의 ‘사퇴 권고’에 따라 물러났는데도 공천까지 불이익을 주는 건 보복이요, ‘사천(私薦)’이다.

유 의원이 경선에서 심판을 받지 못하게 하면서 문제를 키운 것은 새누리당의 전략적 실패다. 아니, 박 대통령에게 ‘아니 되옵니다’라고 직언할 강단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겨냥해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친박 학살’로 불렸던 2008년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뒤 친박연대를 만들어 생환한 홍사덕 전 의원은 “국민은 귀신”이란 명언을 남겼다. 국민 두려운 줄 모르는 집권세력에 돌아갈 것은 ‘귀신’같이 용한 민의(民意)의 심판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