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태후’ 욕설 논란…욕할 만하면 OK?

입력 | 2016-03-23 08:00:00

17일 방송한 ‘태양의 후예’에서 연기자 진구의 욕설 대사가 여과없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직접적 욕설 대사 노출 ‘이례적’
방통위, 심의 상정 여부 논의 중

17일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드라마에 대한 일부 시청자의 관심이 다소 우려스럽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TV드라마가 격한 욕설 대사를 내보냈지만 이에 대한 이성적 접근과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KBS가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도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방송한 8회에서 극중 서대영(진구)은 건물에 매몰된 생존자를 무시하고 포크레인을 밀어붙이는 진영수(조재윤)의 행동에 화가 나 “이런 XX, 그 개XX 당장 끌고 와!”라고 소리쳤다. 이야기 흐름상 여러 인명이 위험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었다. 많은 시청자는 상황에 공감했다. 이후 “속 시원했다” “현실에서 벌어졌다면 더 심한 욕을 했을 것”이라는 반응을 드러냈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출연진이 비속어 등을 쓰는 사례는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욕설을 내보낸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채널 프로그램에서도 욕설은 ‘삐’나 무음으로 대신한다.

해당 장면은 KBS 자체 심의를 거쳤다는 점에서도 타당했느냐는 문제를 남긴다. KBS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51조)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비속어, 은어, 욕설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만, 프로그램 특성이나 내용 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 예외로 한다”고 규정했다. KBS 측은 이를 ‘태양의 후예’에 적용, 심의 예외로 판단했다. 그러나 규정상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앞으로는 드라마 속 인물이 욕설을 내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제작진이 설정해놓으면 되겠다”고 비꼬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2일 “공영방송에서 욕설 대사를 내보냈다는 시청자의 건의에 따라 심의 상정 여부를 논의 중이다”며 “조만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