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신·소비자경제부
과거엔 회장을 태운 차가 사옥 1층 정문 앞에 섰습니다. 차에서 내린 회장이 로비로 들어서면 경비원 4명이 도열해 90도로 인사했습니다. 회장이 탈 엘리베이터도 미리 잡아뒀습니다. 김 회장이 취임 직후 이런 관행을 없앤 것입니다. 김 회장은 취임 1주일을 맞아 21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가 엘리베이터를 못 찾는 것도 아니고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회장의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농민의 순수함과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 회장은 지난주에 지하 구내식당을 찾아 줄을 서서 식판에 밥을 뜨고 직원들 옆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농협의 고위 관계자는 “예전 회장들 때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고 전합니다. 회장이 구내식당에 내려오는 것 자체가 드물었고, 가끔 식당에 와도 따로 분리된 공간에서 식사했다는 것입니다.
농협중앙회장이 가진 권한은 실로 막강합니다. 농협의 자산은 430조 원 이상이며 31개 계열사 직원은 8만8000여 명에 이릅니다. 회장은 예산 사용처와 주요 계열사 인사를 좌우하는 힘을 가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집중된 권한이 때로 부정부패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선출직 1, 2, 3대 회장이 모두 임기 중에 뇌물수수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합니다. 무사히 임기를 마친 선출직 회장은 김 회장의 전임인 최원병 회장이 처음이었습니다.
힘과 권력에 도취될 때 사람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김 회장이 일상에서 실천 중인 탈(脫)권위주의 행보가 부정부패를 막고 농협 조직을 바꾸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합니다.
한우신·소비자경제부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