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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백기투항’ 요구… 23일 비대위 참석 金, 거취 표명할 듯

입력 | 2016-03-23 03:00:00

[총선 D-21/김종인 ‘사퇴 카드’ 승부수]




김종인 심야 귀가… 비대위 밤새 설득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오후 10시 반경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우윤근 비대위원 등이 찾아오기 직전인 오후 8시 15분경 “개인적 볼 일이 있다”며 집을 나섰다. 비대위원들은 2시간 넘게 기다렸다 김 대표를 만나 밤 늦게까지 사퇴를 만류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비례대표 명단에서) 내 이름은 빼라.”

사퇴를 고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말미에 참석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그는 이날 새벽 결정된 당 중앙위원회의 비례대표 순번에 대해 “비대위원들이 알아서 하라”며 회의장을 나섰다.

이날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비대위원들은 일제히 김 대표의 사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폈다. 이날 밤 김 대표의 서울 종로구 자택으로 찾아간 비대위원들은 “우리도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하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23일 비대위에는 참석하겠다고 밝혔지만 사퇴 여부 철회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김 대표의 입에 더민주당의 총선 명운이 달려 있는 셈이다.

○ ‘사퇴’ 카드로 당 주류 압박한 김종인

이날 아침 김 대표의 자택을 찾은 김성수 대변인은 “오전 11시 열리는 비대위에 김 대표가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당 중앙위가 자신이 만든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를 거부한 것에 대한 불만으로 전날 당무를 거부했다.

상황이 풀리는 듯 보였지만 김 대표 측에서는 ‘대표직 사퇴’까지 언급하며 주류 진영을 압박했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중앙위에서 결정한 비례대표 안은 절대 받을 수 없는 안”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중앙위 투표로 하위 순번에 있던 후보자들이 당선 안정권으로 올라선 반면 자신이 영입한 전문가들이 하위 순번으로 배치된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한다. ‘당 체질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 밖의 김 대표 측근들은 “당내 기득권 세력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김 대표는 비대위원들에게도 강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가 김 대표의 비례 순번을 2번→12번→14번 등으로 바꾸며 마치 (김 대표가) 자리를 신경 쓰는 모양새로 만든 게 몹시 불쾌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가 이날 비대위에서 “모욕적으로 느껴졌다. (비대위원들은) 일반 당원들과 달리 판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문재인, “나도 1년 내내 시달렸다”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에 당은 발칵 뒤집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급히 상경했다. 오후 1시 20분경 집으로 찾아온 문 전 대표에게 김 대표가 “당을 위해 온 나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저도 (당 대표로 있던) 1년 내내 (흔들기에) 시달렸다”며 읍소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에게 당의 간판으로서 끝까지 당을 책임지고 이끌면서 야권의 총선 승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다른 인사들의 사과도 이어졌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몇몇 의원이 예의에 벗어난 말을 하고 지나친 말을 했다”며 “김 대표의 명예에 깊은 손상을 준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 차례 연기돼 오후 3시 열린 비대위에 김 대표가 나타나자 다른 비대위원들도 돌아가며 사과했다.

이후 김 대표는 “비대위가 알아서 하되, 2번은 (내 이름을) 비워라”고 한 뒤 회의장을 나갔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은 김 대표를 다시 ‘비례 2번’에 배치했다. 이후 비대위원들은 비례대표 명단 재가와 사퇴 만류를 위해 이날 밤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 설득에 나섰고 결국 비대위원 일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김 대표는 “왜 당신들이 사의를 표하냐”는 것 외에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사퇴 철회 여부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

김성수 대변인은 “비대위원들은 정치적으로 대표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재신임을 하든 일부를 바꾸든 그건 대표에게 위임된 것”이라고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사퇴하면 총선은 사실상 끝”이라고 했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갈리는 문 전 대표 역시 김 대표의 잔류가 절실한 상황이다.

○ ‘차르’만 바라보는 제1야당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의 입으로 ‘사퇴’라는 말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지만 명확히 부인하지도 않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자신을 흔든 친노(친노무현)·86 그룹에 더이상 밀리지 않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당내 반발을 무마하는 수준을 넘어 ‘백기투항’을 이끌어 내기 위한 극단의 카드를 던졌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김 대표 자신도 상처를 입었다는 점이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가 복귀한다고 해도 이미 많은 상처를 입었고, 총선 후 당내 입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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