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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초읽기 몰린 유승민… 측근 “무소속 출마 가능성 99%”

입력 | 2016-03-23 03:00:00

[총선 D-21/새누리 공천 갈등]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사진)가 막다른 길에 내몰렸다. 4·13총선 후보 등록 하루 전인 23일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절체절명의 선택을 해야 한다.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는 22일에도 ‘폭탄 돌리기’ 속에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결정을 미뤘다. 23일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유승민 공천 불가’ 방침은 명확해졌다. 이에 따라 유 전 원내대표 스스로 불출마를 할지, 17년간 몸담은 새누리당을 떠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지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에 왔다.

○ 유승민 ‘무소속 출마’ 수순

‘23일 오후 11시 59분.’ 공직선거법상 유 전 원내대표는 이때까지 탈당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유 전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22일도 “마지막까지 당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선 사실상 무소속 출마로 마음을 굳혔다는 말이 나왔다. 이날 유 전 원내대표와 통화한 한 측근은 “당이 컷오프(공천 배제) 대신 대구 동을을 무(無)공천 하더라도 그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99%라고 본다”고 전했다.

가까운 인사들은 무소속 출마의 명분이 축적됐다고 보고 있다. 임계점까지 기다렸는데도 당이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만큼 “주민들에게 직접 심판받겠다”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인사는 “새누리당이 동을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 둔다는 건 공당이 의석을 다른 당에 상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무공천 결정은 해당 행위”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유 전 원내대표의 무소속 출마를 봉쇄한 뒤 후보 등록 기간에 다른 후보를 내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유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말 공천 경쟁을 벌인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배신의 정치’ 심판론을 들고 나오자 사석에서 “정치는 자기 뜻으로 그만둬야 한다. 상황을 다 이겨 내고 당선되는 게 정치”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계 일각의 관측과 달리 유 전 원내대표가 불출마할 가능성은 낮다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대구 동을이 ‘무공천 지역’이 될 경우 유 전 원내대표와 이 전 청장은 둘 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청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관위의 결정을 끝까지 지켜보는 상황”이라며 “추후 일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측근 ‘동반 탈당’ 가능성

유 전 원내대표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경우 컷오프된 가까운 의원들도 동반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김희국(대구 중-남), 이종훈(경기 성남분당갑),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은 현재 행보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미 탈당한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권은희 의원(대구 북갑)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아직 거취를 밝히지 않은 한 의원은 “유 전 원내대표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유승민 병장’ 구하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컷오프된 비박(비박근혜)계 인사들이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해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18대 총선 당시 ‘친박 무소속 연대’는 ‘박근혜’라는 간판으로 묶일 수 있었지만 현재 컷오프된 비박계에는 유 전 원내대표 사단, 친이(친이명박)계 등이 뒤섞여 확실한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천 학살’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면서 무소속 출마가 총선 판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컷오프된 3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이 탈당해 무소속 출마 대열에 합류하면 유 전 원내대표와 함께 하나의 흐름을 만들며 지역에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박계는 막판까지 자진 탈당을 압박했다. 홍문종 의원은 라디오에서 “당당하게 무소속으로, 가까운 사람들하고 같이 심판받겠다고 하는 게 제대로 된 리더”라고 말했다.

○ 김무성 ‘진박 후보’ 5명과 연계하나

이런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는 공관위가 단수 추천으로 결정한 5곳(서울 은평을·송파을, 경기 성남 분당갑, 대구 동갑, 대구 달성)에 대한 직인을 찍지 않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해선 ‘옥새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가 막판에 유 전 원내대표의 공천 문제와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의 공천 추인 문제를 연계할지도 주목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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