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한국어는 8세 수준… 어딜 가도 문제없죠”

울산구장에서 만난 롯데 외국인 투수 린드블럼.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그는 두산 니퍼트를 뛰어넘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를 꿈꾸고 있다. 울산=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다음 날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만난 그에게 전날 일을 물으니 “공부하고 있었다. 이번이 마지막 학기”라고 대답하며 웃었다. 아직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그는 틈틈이 남은 한 과목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전공은 신학. 한국에서도 가족들과 교회에 다니는 ‘교회 아빠’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투수 중 최다인 210이닝을 소화하며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54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던 린드블럼은 야구는 물론 학생과 두 아이의 아빠라는 역할을 모두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그를 한국무대에 서게 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가족’이었다. 세 살짜리 딸과 한 살짜리 아들을 둔 그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미국에서는 장거리 비행이 많았는데 한국에서는 가장 먼 구장까지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한국어 수준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꽤 준수한 편(decent)”이라고 말했다. 나이로 따지면 ‘여덟 살쯤’이라고 했다.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택시, KTX를 타는 데도 문제가 없다. 어디 가도 밥을 굶거나 집에 못 오는 일은 없을 거다.”
린드블럼은 경기 중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장난을 치는 모습이 자주 중계화면에 잡힌다. 그는 “직업으로 진지하게 하는 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야구는 아이들의 게임이다. 늘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내 신조다. 동료들과 장난을 치면서 서로 한국말과 영어가 빨리 늘었다. 특히 황재균의 영어는 수준급”이라고 말했다.
팬들도 그를 단순한 외국인 선수 이상으로 생각한다. 팬들은 그에게 롯데의 전설인 최동원의 이름을 따 ‘린동원’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린드블럼은 “그 별명은 ‘영광’이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 아니냐. 나 역시 매일 더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중 어린 투수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린드블럼은 “선배로서 당연히 책임감을 느낀다. 박세웅, 고원준 같은 어린 투수들이 발전해야 우리 팀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는 그에게 ‘니퍼트의 최장수 외국인 선수 기록에 도전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영광이다. 부산도 너무 좋다. 제구에 신경을 써 늘 준비된 모습을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