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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朴마케팅… 親盧패권… 후보 재활용… “역대 최악 공천”

입력 | 2016-03-23 03:00:00

[총선 D-21/공천개혁 물거품]與野, 후보등록 직전까지 진흙탕內戰




4·13총선 후보 등록(24, 25일)이 23일로 딱 하루 남았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후보 등록 목전까지도 공천 작업을 끝내지 못한 채 내홍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공천 전쟁은 처음이다” “역대 최악의 공천 파동이다” 등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정적(政敵) 찍어내기와 꼼수 공천, 경선 잡음과 후보 재활용 등 보여줄 수 있는 공천 추태란 추태는 다 보여줬다. ‘최악의 19대 국회’라는 비판을 듣고도 여야가 쇄신 경쟁이 아닌 ‘퇴행 경쟁’에 나섰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 ‘당 정체성’ 패착 둔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을 전면에 내세운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이 경선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면서 당내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찍어내기에 대한 거부감과 반발 심리가 수도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경선에서 탈락한 수도권의 한 진박 후보는 “경선을 앞두고 부지런히 명함을 돌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한 시민이 ‘진박 후보는 안 돼요’라고 외치더라”며 “무리한 공천에 대한 역풍이 확실히 불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서초갑 경선에서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이혜훈 전 의원에게 패한 데 대해 “비박계 학살 논란이 일어나기 전에 경선을 치렀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공천관리위원회가 비박계를 쳐내면서 ‘당의 정체성 문제’를 들고 나온 점은 최대 패착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 편에 서지 않으면 새누리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비박 성향 새누리당 지지층을 자극했다는 얘기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확장에 나서야 했는데도 ‘마이너스 공천’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두언 의원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권위주의야말로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체성만 따진다면 그런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인) 분들이 (당을) 나가는 게 마땅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친박계조차 이번 공천 내전(內戰)에서 패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당내에선 ‘공천 칼자루’를 쥔 이한구 공관위원장 책임론이 팽배하다. 공천 파동의 핵심인 ‘유승민 문제’를 신속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최고위원회와 ‘폭탄 돌리기’만 하면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결단만 촉구하다 역풍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관위의 한 친박계 인사도 “진박 후보들은 진박 후보대로 탈락하고, 욕은 욕대로 먹으니 이런 손해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 변신 꾀하다 ‘도루묵’ 된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친노(친노무현)계 핵심인 이해찬 정청래 의원 등을 컷오프(공천 배제) 시키면서 ‘변신’을 시도했다. 여론의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친노 패권주의에 등을 돌렸던 야당 지지층 및 중도층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도 성과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싸고 결국 당의 ‘대주주’를 자처하는 친노계의 불만이 폭발했다. 더민주당 내분의 본질도 새누리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친노·친문(친문재인) 진영은 ‘비례대표 선순위 후보들이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며 반격을 시작했다. 결국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패권 싸움이 일찌감치 시작된 모양새다. 20대 국회에서도 야당의 고질적 계파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정치’를 앞세운 국민의당 역시 ‘구태 공천 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낙천자들의 반발로만 보면 기존 여야보다 더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탈락 후보 지지자들에 의해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회의장에 갇히는가 하면 주먹다짐까지 오갔다. 급기야 김종현 국민의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광주지역 경선 파행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역대 선거 때와 비교해 낮게 나온다”며 “각 정당의 공천 갈등에 대한 실망이 이번 총선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야는 전체 현역 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1 가까이 물갈이했다. 총선이 끝나면 절반 이상 바뀔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달라질 거란 기대감은 ‘공천 막장극’ 앞에서 점점 시들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우경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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