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기 경제부 기자
실업률이 급등한 것은 우선 ‘기저효과(Base Effect)’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저효과는 한 지표를 평가할 때 기준 시점과 비교 시점의 상대적 차이에 따라 그 결과 값이 왜곡돼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호황기의 경제 상황을 기준 시점으로 현재 경제 상황을 비교하면 결과가 실제보다 나쁘게 나올 수 있다. 반대로 불황기 경제 상황을 기준 시점으로 하면 실제보다 성과가 부풀려질 수 있다. 기저효과는 통계적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만큼 경제지표를 볼 때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고용지표가 상대적으로 좋아 올해 2월 지표가 나쁘게 보일 수 있다며 기저효과를 실업률 급등의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실업률은 4.6%로, 2014년 2월 실업률 4.5%와 비교해 봐도 딱히 좋았던 것은 아니다. 실업률, 수출 실적 등 온갖 부정적인 경제지표들을 포장하는 ‘전가의 보도’로 기저효과라는 용어가 남용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국제 기준상 실업자는 최근 4주간 일자리를 찾았지만 일을 구하지 못해 쉰 사람이다. 22만3000명의 공시족 대부분은 4주간 일자리를 찾지 않고 독서실과 학원만 오가면서 시험 준비를 했을 테니, 통계상으로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된다. 그러니 실업자로 잡히지도 않는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거나, 대학 졸업을 미루고 학교 도서관에 남아 입사시험 준비를 하는 수많은 젊은이도 이 기준에 따라 통계상의 실업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들이 대거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면서 구직 활동을 하는 경제활동인구로 포함이 됐고, 이 중 시험에 합격해 공무원이 될 4100명을 뺀 나머지 22만여 명은 모두 통계상의 실업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기획재정부는 이 때문에 청년실업률이 0.5%포인트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통계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 또한 군색한 변명이다. 이번에 드러난 22만3000명의 공시족은 애초 통계 밖에 있는 청년실업자라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반대로 정부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공시족까지 따져보면 실제 청년실업은 통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솔직하게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과도하게 불안 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진단이 엉뚱하면 처방도 틀릴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청년실업 대책을 내놓으려면 군색한 변명보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날카로운 분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