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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거진]식물화장학의 선구자 ‘시슬리’, 최고 품질로 고객마음 사로잡아

입력 | 2016-03-24 03:00:00

시슬리의 역사
기후-토양 등 모든 면 고려
원료로 사용하는 식물 엄선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부분 선택




시슬리는 3대가 모두 화장품업에 종사한 대표적인 가족 기업으로 최고의 품질로 소비자를 만족시키겠다는 이념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창업자 고 위베르 도르나노의 아들 필리프 도르나노, 위베르의 부인 이자벨 도르나노, 딸 크리스틴 도르나노. 시슬리 제공

시슬리의 설립자 위베르 도르나노 백작가문은 나폴레옹 시대부터 유서 깊은 귀족 집안이다.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난 시슬리 창업자 위베르 도르나노 회장은 형인 미셸 도르나노와 함께 1952년 스킨케어 라인인 ‘올랑(Orlane)’을 공동 설립했다. 아버지 기욤 도르나노는 1932년 유명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설립에도 관여했을 만큼 화장품 업계에 정통한 집안이다.

위베르 도르나노의 부인인 이자벨 도르나노도 시슬리 경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폴란드 왕족 출신으로 1976년 남편과 함께 스킨케어와 화장품 회사인 시슬리를 인수해 프랑스 화장품 명가로 키운 장본인.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유럽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접해왔던 마담 도르나노는 민간요법으로만 이용되던 여러 식물 성분으로 순식물성 화장품 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원료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 가격이 높아지면서 최고급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는 실현하기 어려운 듯 보였다. 당시 유럽에는 아로마테라피 등 식물을 이용한 미용법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 천연 식물과 그 추출물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든다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최고의 화장품을 만들겠다는 마담 도르나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고 식물의학자, 식물화학자들과 7년 동안 노력한 끝에 1976년 시슬리 제품이 탄생했다. 시슬리는 위베르 도르나노 회장의 이념인 ‘품질’, ‘혁신’, ‘기업가 정신’의 3가지 기본 가치를 추구하며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성분을 갖춘 천연 식물을 이용해 화장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식물화장학


왼쪽부터 필리프, 이자벨, 크리스틴 도르나노, 창업자 고 위베르 도르나노. 시슬리 제공

식물을 사용해 만들어진 시슬리 화장품은 인체 성분과 같은 식물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거부 현상과 내성 현상이 없다는 게 시슬리의 설명. 피부는 인공 성분은 거부하지만 유전학적으로 식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천연 식물 성분은 비타민, 아미노산, 미네랄, 단백질 등 정화, 재생, 치료를 위해 피부가 필요로 하는 요소를 갖고 있다.

오랜 식물 연구 끝에 탄생한 시슬리 브랜드는 식물화장학의 선구자로 꼽힌다. 원료로 사용하는 식물도 엄격히 선정한다. 식물 분류 중 가장 좋은 종류를 선택하고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부분을 선택해 사용한다. 또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재배지와 수확 시기도 선택한다. 원료가 되는 식물들은 각 식물의 특산지에서 수확한다. 인삼은 한국과 중국, 센텔라 아시아티카(Centella Asiatica)는 아프리카에서 가져오는 등 시기와 기후, 토양 등 모든 면을 고려해 최고의 원료만을 사용한다는 설명이다. 식물에서 추출해 낸 성분의 배합을 통해 각 원료가 가진 효과보다 몇 배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또 전 제품은 피부암 테스트 등 안전성 검사를 거쳐 시장에 나온 것으로, 프랑스 내 여러 피부병원의 의사들도 수술 후 피부재생용으로 시슬리 화장품을 사용하는 등 프랑스 피부 의학계에서 최고로 안전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가족 기업

시슬리의 또 다른 특징은 3대에 걸쳐 화장품 사업을 이어오고 있는 가족 기업이라는 점이다. 마담 도르나노는 유럽의 패션잡지들로부터 ‘베스트 드레서’로 선정되는 등 패션 감각과 예술 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커리어 우먼으로 모든 시슬리 제품의 개발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도르나노 회장 부부에 이어 두 자녀도 20년 이상 시슬리에 몸담고 있다. 판매원부터 일을 시작한 아들 필리프 도르나노는 브랜드 성장을 감독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 회장직을 맡았다. 딸 크리스틴 도르나노는 영국 자회사를 거쳐 프랑스 파리 본사에 합류해 총괄 경영을 하고 있다. 첫째 딸인 엘리자베스 도르나노는 시슬리의 모델로도 활동했다.

이런 ‘가족 경영’은 시슬리의 강점 중 하나다. 소유주와 창업주가 같기 때문에 고객들의 요청에 따른 결정이 빠르다. 방향 설정과 업무 추진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또 식물화장학을 바탕으로 한 시슬리의 기업 가치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좋은 품질로 고객들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