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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도로 운동권黨’의 김종인, 무슨 낯으로 표 달랄 건가

입력 | 2016-03-24 00:00:00


사퇴의 배수진까지 쳤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당 잔류를 밝혔다. 그는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면서도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책임감’ 때문에 대표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2번은 “당을 끌고 가기 위해 필요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더민주당은 김 대표를 2번에 배정해 헌정사상 비례5선을 보장한 비례대표 공천안을 확정했다.

김 대표가 말한 ‘정체성’이란 뿌리 깊은 친노 운동권 체질을 의미한다. 그는 “미래의 정권을 지향한다면 기본적으로 국민의 정체성에 당이 접근하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 당의 방향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도록 결심했다”고 말했으나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니 마치 총선과 대선 패배를 미리 내다보고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일부 세력이 정체성을 고집해 어쩔 수 없었다”는 ‘알리바이용’으로 짐짓 내세운 건 아닌지 의문이다.

어떤 이유든 김 대표가 중앙위원회의 비례대표 결정을 수용한 것은 백기투항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어제 울산에서 “지도부가 자의적으로 하지 않고 중앙위가 결정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 혁신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월 “친노 패권주의가 당에 얼마만큼 깊이 뿌리박고 있는지를 보겠다. 이것을 수습할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으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고 했지만 되치기당한 셈이다. 일각에선 ‘친노의 벽은 못 넘고 노욕(老慾)만 채웠다’고 비난한다. “내 말대로 안 하면 떠난다”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맥없이 주저앉았으니 이제 그의 으름장을 겁낼 사람도 당내엔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더민주당의 실제 주인은 친노 운동권이고, 문 전 대표는 상왕(上王) 같은 존재임을 국민이 알게 됐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당의 확장성’에 의기투합했다. 문 전 대표가 총선 이후 대선까지 내다보고 김 대표를 당의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대권 가도를 닦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도로 운동권당’의 얼굴마담이라는 본색이 드러난 마당에 김 대표가 앞으로 어떤 선거 공약을 내놓든 유권자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