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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년만에 지구에 온 ‘초신성의 마지막 빛’

입력 | 2016-03-24 03:00:00

가시광선 영역서 첫 관측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 속의 철, 애플파이 속의 탄소는 모두 붕괴하는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별의 자녀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의 말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의 상당수는 태양과 같은 별 안에서 수소 원자의 융합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금속 원소는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 수명을 다해 엄청난 섬광을 발하는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때 형성된다. 따라서 초신성 폭발의 순간(사진)은 인간 기원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 초신성 폭발의 순간이 가시광선 영역에서 처음으로 관측됐다.

피터 가나비치 미국 인디애나 주 노터데임대 천체물리학 교수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12억 광년 떨어진 ‘KSN 2011d’라는 이름의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CNN이 22일 보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붉은색 별의 표면에 흰빛의 소규모 폭발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다가 눈부신 섬광의 충격파를 뿜으며 확장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천체물리학자들이 ‘쇼크 브레이크아웃’이라고 부르는 현상이다. 과거에는 X레이 망원경을 통해서만 이를 관측했다.

우리 태양의 500배 질량을 지닌 이 별이 눈부신 섬광을 내고 숨을 거두는 데는 고작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그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데는 12억 년이 걸렸다. 이 별의 면적은 우리 태양과 그 주변을 도는 지구의 궤도를 품을 정도다. 연구팀은 케플러망원경을 통해 30분에 한 차례씩 500개 은하의 별빛을 관측하는 일을 3년간 되풀이한 끝에 이번 초신성 폭발의 섬광을 찾아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