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베이스볼 비키니]홈런왕 박병호, 타구 속도도 왕

입력 | 2016-03-24 03:00:00

작년 번트-내야 뜬공 뺀 타구 속도
평균 160km… 2위와 무려 4.8km 차, ML타구 평균보다도 2.8km나 빨라
시속 160km 넘으면 장타 확률 매우 커… ML투수 많이 던지는 ‘투심’공략이 관건




속도가 생명입니다. 투수는 물론이고 타자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황상제’ 박병호(30·미네소타·사진)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데는 지난 시즌 소속 팀 프로야구 넥센이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썼다는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넥센 팬들이 목동과 옥황상제를 합쳐 붙여준 목황상제라는 별명처럼 박병호는 타자에게 유리한 목동에서 홈런을 펑펑 쏘아 올렸습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목동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그저 목동에서 홈런을 잘 친다고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비용을 포함해 총액 2485만 달러(약 289억 원)를 투자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 타구 속도의 힘

미네소타의 스카우트가 밝힌 박병호의 제일 큰 장점은 타구 속도였습니다. 번트나 내야 뜬공을 제외하면 박병호가 지난해 때린 타구는 평균 시속 160.0km를 기록했습니다. 팀 동료였던 2위 스나이더(34)와도 시속 4.8km의 차이가 납니다. 스나이더와 10위 김현수(28·볼티모어)의 차이는 시속 3.3km밖에 되지 않습니다(표 참조). 박병호가 그만큼 독보적으로 빠른 타구를 날렸던 겁니다.

박병호가 때린 공은 단순히 기록만 비교하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타구 속도 1위(시속 157.2km)였던 장칼로 스탠턴(27·마이애미)보다도 더 빨리 날아갔습니다. 물론 스탠턴이 훨씬 더 까다로운 투수를 상대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타구 속도를 측정하려면 군사용 레이저 기술을 활용하는 ‘트랙맨 베이스볼’이라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는 목동과 잠실에만 이 장치가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박병호에 대해서는 충분한 표본을 갖고 ‘타구 속도가 빠르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 투심 패스트볼을 넘어라

투수가 빠른 공을 던지는 건 능력입니다. 크게 다치지 않는 이상 강속구 투수가 구속을 잃어버리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타구 속도는 어떨까요? 빠른 타구를 날리는 타자도 계속 빠른 타구를 날리는 걸까요? 메이저리그 분석에 따르면 정답은 ‘그렇다’에 가깝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타구 속도를 측정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확실히 그렇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지 못할 따름입니다.

타구 속도가 빠르면 안타 중에서도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00마일(약 161km) 이상으로 날아간 타구 중에서 14.8%가 홈런이었습니다. 100마일 미만일 때는 이 비율이 1.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타구를 빠르게 날릴 줄 아는 박병호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홈런포를 가동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습니다. 박병호는 동아일보 문상열 통신원과 만나 “메이저리그 투수가 던지는 공은 빠르면서도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소위 ‘투심 패스트볼’이 많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전체 투구에서 이런 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3.3%밖에 안 됐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20.8%였습니다. 그리고 박병호는 투심 패스트볼 계열에 타율 0.222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박병호는 이 점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결국 올 시즌 박병호의 성패는 지저분한 공을 얼마나 깨끗하게 받아쳐 빠른 타구를 날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