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번트-내야 뜬공 뺀 타구 속도 평균 160km… 2위와 무려 4.8km 차, ML타구 평균보다도 2.8km나 빨라 시속 160km 넘으면 장타 확률 매우 커… ML투수 많이 던지는 ‘투심’공략이 관건
‘목황상제’ 박병호(30·미네소타·사진)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데는 지난 시즌 소속 팀 프로야구 넥센이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썼다는 것도 도움이 됐습니다. 넥센 팬들이 목동과 옥황상제를 합쳐 붙여준 목황상제라는 별명처럼 박병호는 타자에게 유리한 목동에서 홈런을 펑펑 쏘아 올렸습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목동이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그저 목동에서 홈런을 잘 친다고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비용을 포함해 총액 2485만 달러(약 289억 원)를 투자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박병호가 때린 공은 단순히 기록만 비교하면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타구 속도 1위(시속 157.2km)였던 장칼로 스탠턴(27·마이애미)보다도 더 빨리 날아갔습니다. 물론 스탠턴이 훨씬 더 까다로운 투수를 상대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타구 속도를 측정하려면 군사용 레이저 기술을 활용하는 ‘트랙맨 베이스볼’이라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지난해 정규시즌에는 목동과 잠실에만 이 장치가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박병호에 대해서는 충분한 표본을 갖고 ‘타구 속도가 빠르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 투심 패스트볼을 넘어라
타구 속도가 빠르면 안타 중에서도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습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00마일(약 161km) 이상으로 날아간 타구 중에서 14.8%가 홈런이었습니다. 100마일 미만일 때는 이 비율이 1.1%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타구를 빠르게 날릴 줄 아는 박병호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홈런포를 가동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풀어야 할 숙제도 있습니다. 박병호는 동아일보 문상열 통신원과 만나 “메이저리그 투수가 던지는 공은 빠르면서도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소위 ‘투심 패스트볼’이 많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전체 투구에서 이런 공이 차지하는 비율이 3.3%밖에 안 됐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20.8%였습니다. 그리고 박병호는 투심 패스트볼 계열에 타율 0.222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첫걸음은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박병호는 이 점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결국 올 시즌 박병호의 성패는 지저분한 공을 얼마나 깨끗하게 받아쳐 빠른 타구를 날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황규인 기자 페이스북 fb.com/big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