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따라 바뀌는 ‘클론템’을 아시나요
올해 봄 클론템으로 등극한 항공점퍼 MA-1. 대학 캠퍼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유행하고 있는 아이템이다. 몇 해 전까지만해도 공장점퍼, 낚시점퍼로 불렸던 MA-1은 분홍색, 노란색에 코트 형태로 나올 정도로 시대에 맞게 변형됐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2일 서울 명동 거리. 봄 신상품이 각 매장에 전시돼 있다. 가장 잘 보이는 매대엔 역시 MA-1이 자리 잡고 있었다. 3만 원대에서 70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한 매장에서 MA-1을 보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와 말을 건다. “요즘 가장 잘나가는 옷이에요. 이거 없으면 옷 잘 입는다는 얘기 듣기 힘들어요.”
이처럼 MA-1은 올봄 이른바 ‘클론템(clone+item)’으로 등극했다. 클론템은 많은 사람들이 입어 복제한 듯 보이는 옷이라는 의미다. 몇 년 전 루이뷔통의 ‘스피디’ 가방을 든 사람들을 몇 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해서 이 가방을 ‘3초백’ ‘5초백’이라고 불렀던 것과 비슷하다.
클론템의 유통 기한은 길게 보면 2년이지만 사실 계절 한 철이 전성기다. 4년 전 겨울 클론템이던 자수 장식이 칼라에 달린 코트는 2년 전 자취를 감추었다. 지난해 가을 모나미 볼펜처럼 흰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은 ‘모나미 룩’은 20대 남성들이 가장 사랑한 패션이었다.
여성보다 남성, 특히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이 클론템의 주요 소비층이다. 한 대학생은 “아직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잘 몰라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거나 유행하는 옷을 입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허환 씨는 “아직 한국의 10, 20대 남성들은 자기 취향이 약해 일단 남들을 따라 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유독 한국이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들은 유독 클론템이 계절마다 휩쓰는 국내 상황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허 디자이너는 “먼저 유행을 선도하고 싶지만 클론템이 휩쓸면 아무 소용이 없어진다”며 “소비자 반응에 맞춰 디자인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조르조아르마니 브랜드에서 4년간 일했던 디자이너 신재희 씨는 “한국은 일본, 유럽에 비해 유행에 휩쓸리는 경향이 심하다. 패션은 자신만의 정체성이 확고해야 하는데 아직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모방과 동조 현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 MA-1 점퍼란 ::
1950년대 미국 공군이 개발한 옷. ‘보머 재킷’으로도 불린다. 조종사들은 프로펠러 비행기에서는 가죽 옷을 입었으나 더 빠른 제트 비행기로 바뀌자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에 겉은 면이나 나일론, 안감은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 활동성을 높인 MA-1을 보급했다. 1970년대 펑크스타일이 유행하면서 MA-1도 각광받았다. 최근엔 코트처럼 길게 나오기도 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