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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영의 따뜻한 동행]마음 읽기

입력 | 2016-03-24 03:00:00


친구와 함께 서울 지하철을 탔다. 신도림역에서 회기역까지 가야 하니 꽤 먼 거리였다. 나는 앉고 친구는 내 앞에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자니 옆자리 청년에게 자꾸 신경이 쓰였다. 아무리 작게 이야기해도 들릴 수밖에 없으니. 빈자리가 날 때마다 내심 옆자리 청년이 자리를 옮겨주길 바랐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이십 분쯤 흘렀을까. 그 청년 옆에 앉았던 아줌마가 다른 자리로 옮아가면서 청년에게 말했다.

“이리 앉아요. 두 분이 같이 앉아서 가게.”

그 덕분에 친구는 내 옆에 앉았고 우린 그 아줌마를 향해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지하철에서 내린 후 우리가 그 청년의 장래를 걱정(?)해 준 것은 물론이다. 웬만하면 친구들끼리 나란히 앉아서 갈 수 있도록 해줄 법하련만 그렇게 눈치 없고 배려에 무딘 청년의 사회생활이 진심으로 걱정스럽기도 했다.

딸이 다니던 회사에서의 이야기다. 소위 일류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이 영 눈치가 없어서 서로 자기 부서로 받지 않으려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딸이 소속된 부서로 발령을 받은 그 신입사원, 어느 날 조금 지각한 대리가 상사의 눈을 피하여 마치 화장실에 다녀오는 양 살며시 들어오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배꼽인사를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대리님, 안녕하세요?”

모두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어 무사히 넘어갈 뻔했는데 그 신입사원의 우렁찬 인사에 사무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살금살금 들어오던 대리는 민망해 얼굴이 붉어졌지만 전혀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그 신입사원은 배운 대로 인사를 했을 뿐이니 태연했다. 그 이야기에 한바탕 웃고는 그 이후 종종 딸에게 그 눈치 없는 신입사원이 궁금해서 근황을 묻곤 했는데, 몇 년간 이리저리 부서 이동만 하다가 화려한 스펙을 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결국 퇴사했다고 한다.

눈치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다. 즉, 남의 마음을 읽는 센스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익힐 기회가 없다. 남과 어울리는 경험이 적으니 눈치라는 걸 알 턱이 없다. 옆을 둘러볼 줄도, 나의 행동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그저 ‘공부 바보’로만 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쯤은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되었을 직장 새내기들,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마음을 읽어야 성공한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