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앉아요. 두 분이 같이 앉아서 가게.”
그 덕분에 친구는 내 옆에 앉았고 우린 그 아줌마를 향해 감사의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지하철에서 내린 후 우리가 그 청년의 장래를 걱정(?)해 준 것은 물론이다. 웬만하면 친구들끼리 나란히 앉아서 갈 수 있도록 해줄 법하련만 그렇게 눈치 없고 배려에 무딘 청년의 사회생활이 진심으로 걱정스럽기도 했다.
“대리님, 안녕하세요?”
모두 자기 일에 열중하고 있어 무사히 넘어갈 뻔했는데 그 신입사원의 우렁찬 인사에 사무실의 모든 시선이 집중되었다. 살금살금 들어오던 대리는 민망해 얼굴이 붉어졌지만 전혀 상황 판단이 안 되는 그 신입사원은 배운 대로 인사를 했을 뿐이니 태연했다. 그 이야기에 한바탕 웃고는 그 이후 종종 딸에게 그 눈치 없는 신입사원이 궁금해서 근황을 묻곤 했는데, 몇 년간 이리저리 부서 이동만 하다가 화려한 스펙을 채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결국 퇴사했다고 한다.
눈치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이다. 즉, 남의 마음을 읽는 센스다. 그러나 신세대들은 남의 마음을 헤아리는 법을 익힐 기회가 없다. 남과 어울리는 경험이 적으니 눈치라는 걸 알 턱이 없다. 옆을 둘러볼 줄도, 나의 행동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도 모르는 그저 ‘공부 바보’로만 키워지기 때문이다.
지금쯤은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되었을 직장 새내기들,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마음을 읽어야 성공한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