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신미양요의 격전지인 광성보를 둘러보고 있다. 광성보는 통상을 요구한 미국이 함대를 이끌고 침공할 당시 미국 상륙 부대가 초지진, 덕진진을 점령한 후 백병전을 치른 곳이다. 강화군 제공
역사의 고장인 강화도를 제대로 알려면 쉬엄쉬엄 걸으며 역사의 현장을 찾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특히 ‘강화 나들길’이 제격이다. 강화 나들길은 모두 20개 코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2코스와 8코스가 강화군이 추천하는 대표 코스로 수도권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코스는 ‘호국(護國) 돈대길’로 불린다. 돈대는 외부의 침략을 막기 위해 톱니바퀴처럼 둘러쌓은 일종의 군사 진지다. 총 17km(갑곶돈대∼초지진)로 5시간 50분 정도 소요된다. 오르막 코스가 없어 쉬엄쉬엄 걷기에 그만이다.
자녀와 함께 외세에 맞서 나라를 지킨 우리 민족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어 교육 효과도 크다. 또 혼자서도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셀프 포토존과 조롱박, 수세미터널, 갯벌 전망 의자 등 힘들면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이 잘 조성돼 있다.
강화 나들길 8코스의 황산도 덱길. 어판장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가에 설치돼 갯벌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강화군 제공
초지진은 바다에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해 1679년에 만든 요새다. 신미양요 때 미군이 이곳으로 상륙해 전투를 벌였다. 1875년 ‘운요호 사건’ 때는 조선 침략의 첨병인 일본 군함 ‘운요호’가 이 앞바다에서 초지진 포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였다. 지금도 소나무와 성벽에는 포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어 만나는 황산도 어판장은 배 모양의 건물로 포토존 역할을 한다. 어판장을 중심으로 양쪽 해안 갯벌에는 덱으로 길을 만들었다.
선두 4리와 5리 어판장에 도착하면 강화를 대표하는 어종인 밴댕이와 숭어 꽃게 주꾸미 등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선두리 어판장에는 관광객이 편히 쉴 수 있는 커뮤니티 광장, 관찰 망원경, 갯벌생태체험장, 세족장을 설치했다.
또 저어새와 두루미 등 철새 조망을 위한 관찰 쉼터와 야간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경관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소황산도에서 섬암교 구간에서는 드넓은 갯벌과 갯벌 계곡을 볼 수 있다. 분오리돈대에 오르면 동막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분오리 어판장에서는 여름철 망원경을 이용해 각시바위에 앉아 있는 저어새를 관찰할 수 있다.
손지숙 강화군 문화관광과 실무관은 “강화 나들길 2·8코스는 나라 사랑의 마음을 느끼며 낭만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걷기 좋은 길”이라며 “주꾸미 등 싱싱한 제철 수산물은 나들길에서 만나는 보약으로 일상생활에 지친 몸과 스트레스를 풀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032-933-3771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