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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과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넌 金… 승부수인가 무리수인가

입력 | 2016-03-25 03:00:00

[총선 D-19/김무성 ‘옥새 보이콧’]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24일 오전 공관위 회의를 연 지 1시간도 안 돼 전날 탈당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동을에 이재만 전 동구청장을 단수 추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 의원을 탈당시키기 위해 무소속 출마 데드라인인 전날 밤 12시까지 후보 결정을 미루며 ‘지연작전’을 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 위원장은 발표 직후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에 대표 직인을 찍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간이 없어서 안 된다(못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옥새 보이콧’을 감행했다. 설마 하던 친박(친박근혜)계의 허를 찌른 것이다.

○ 총선 전 꺼낸 ‘초강경 카드’

김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유 의원 지역구를 포함해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겠다고 밝히면서 “당을 억울하게 떠난 동지들이 남긴 ‘정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사천(私薦), 밀실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이 제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고 말했다. 전날 유 의원의 무소속 출마선언문을 인용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일전(一戰)에 나선 유 의원 편에 선 것이다.

김 대표는 ‘옥새 보이콧’을 선언한 뒤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로 내려가서는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오직 국민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박계 후보들을 특별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컷오프(공천 배제)시킨 건 친박계의 ‘패권주의’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건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명분 없는 공천’에 대한 저항을 ‘정치적 자립’의 명분으로 삼겠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옥새 보이콧’이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김 대표의 ‘독립선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에게는 ‘30시간 법칙’이라는 무기력한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박 대통령이나 친박계와 대립각을 세우다가도 30시간 내에 물러섰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서 대거 공천을 받은 친박계에 포위되기 전 ‘선제공격’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김 대표는 전날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식이면 (당 대표를) 못해먹겠다”고까지 하며 강경 행보를 예고했다.

○ 김 대표 측 “5석 때문에 50석 날릴 수 있나”


김 대표 진영은 ‘옥새 보이콧’을 ‘정치 행보’가 아닌 ‘양심 행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가 비박계 컷오프를 지켜보며 주변 인사들에게 “양심상 공관위 결정을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측에 여러 루트를 통해 간접적으로 “일방적 공천을 추인할 수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 김 대표 측 인사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 이 공관위원장과 친박계가 김 대표를 벼랑 끝으로 몰아 결국 파국을 맞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유 의원 지역구를 두고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 공관위원장은 김 대표 기자회견 직후 “합당한 것을 누가 판단하느냐.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단칼에 내쳤다. 비박계가 대거 학살된 ‘3·15공천’ 다음 날 김 대표가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정면으로 문제 제기를 했을 때도 이 위원장은 “웃기는 소리, 바보 같은 소리”라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박계가 총선 승리보다 계파 세력 확산에 몰두하듯 공천을 한 것도 문제지만 당 대표가 후보 등록일에 선거 전체를 파투 내듯 ‘옥새 보이콧’에 나선 것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비박계 의원은 “이런 사태가 오기 전에 이 공관위원장 임명이나 공관위 구성부터 제대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의 뒤늦은 승부수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김 대표를 벨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김 대표 측근은 “공천장을 주지 않아 5석을 잃고 선거를 시작한다는 비난 여론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5석을 얻자고 (민심 역풍에) 50석을 날릴 판인데 어떻게 김 대표가 도장을 찍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 / 부산=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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