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9/야권 본격 선거전 돌입] “운동권 배제 주장, 한쪽 면만 본것”… 김종인 ‘정체성 우려’와 시각차 친노패권 드러나 총선행보 좁아져… 당내 “낙동강벨트 이외 지원 제한적”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24일 “우리 당에 요즘 정체성 논쟁이 있는데 나는 관념적이고 부질없는 논쟁이라고 생각한다”며 “중도개혁 정당이야말로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확고하게 정립돼 있는 우리 당의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당 홍보위원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와 합리적 보수로 더 확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운동권 세력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쪽 면만 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날 “일부 세력의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한 것과는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당초 개소식에는 문 전 대표의 부인 김정숙 여사만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손 위원장의 요청으로 문 전 대표도 함께 참석했다. 김 대표 역시 손 위원장으로부터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두 사람의 만남은 불발됐다.
하지만 이번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친노 패권주의가 다시 한번 민낯을 드러내면서 문 전 대표의 총선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에선 호남은 김 대표가, 영남은 문 전 대표가 맡는 등 지역별 맞춤형 지원 유세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 관계자는 “격앙된 호남 민심을 감안하면 문 전 대표가 낙동강벨트 이외 지역에 지원 유세를 나가는 것은 제한적일 걸로 본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야권 통합 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김 대표 체제와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 있다. 문 전 대표는 23일 울산 북구 야권 단일 후보로 선정된 무소속 윤종오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출신이다. 김 대표는 정의당에 대해서도 “정체성이 달라 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문 전 대표는 옛 통진당 출신과의 연대도 무방하다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총선 이후의 행보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지역구는 물론이고 비례대표도 고사해 끝내 20대 총선에 불출마했지만 총선이 끝나도 대선까지는 1년 8개월이나 남아 있다. 재·보궐선거 등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원내 재진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19대 총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례대표 11번을 받았고 대선 후보로 등록할 때까지 의원직을 유지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그런 부분은 총선 이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며 “지금은 최소한 19대 의석 수준이나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