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416 교과서’-대의원대회 자료집에 담긴 속내
○ 대통령을 ‘미소의 여왕’ ‘괴물’로
초등용 68쪽 ‘세월호 참사 누가 책임져야 하나요?’ 부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괴물로 묘사하는 듯한 이야기가 나온다. 제목은 ‘미소의 여왕’이다.
69쪽에는 그림과 함께 ‘아름답던 여왕의 얼굴에서 천천히 가면이 벗겨지자 추악한 괴물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어요’라는 내용이 있다.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을 가리는 손가락은 욕설로 인식될 수 있는 형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68∼69쪽은 별숲 출판사가 2014년 펴낸 ‘세월호 이야기’의 글과 그림을 그대로 실었다. 해당 책은 세월호 참사 뒤 동화·그림 작가들이 광화문광장에 걸었던 내용을 담았다.
이어 곧바로 70∼71쪽에 박 대통령 사진 두 장을 실어 학생들이 괴물을 박 대통령으로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사진은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같은 해 10월 29일 국회 앞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호소하는 유가족들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교과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두 가지 태도입니다. 정의를 세우기 위한 올바른 태도는 어떤 것인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라고 적었다.
○ ‘다이빙벨 있었으면 구조했다’ 의혹 그대로
전교조의 416 교과서에는 정부의 공식 발표 등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각종 의혹도 그대로 실려 있다. 초등용 53∼54쪽 ‘통영함은 왜 출동하지 못했을까요?’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교과서는 ‘통영함은 인명 구조용 헬기와 단정, 잠수 작업용 체임버 등을 갖춘 최첨단 구조함이므로 출동하였다면 세월호의 구조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지난해 “통영함은 장비 성능이 미달돼 현재까지도 해양폐기물 수거, 어망 제거 등 대민 지원 업무에 투입되고 있을 뿐 본연의 임무인 구조작업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왜곡이다. 당시 해군은 “다이빙벨보다 우수한 장비(포화잠수벨)를 갖고 있지만 세월호 사고 해역처럼 조류가 빠르고 수심이 낮은 곳에선 직접 잠수가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교과서처럼 “다이빙벨 기술로 20시간 연속 작업하면 2, 3일이면 3, 4층과 화물칸 수색이 다 끝났을 것”이라는 주장을 보도한 JTBC 뉴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중징계를 받았다.
○ “416 교과서로 전교조 탄압 전선 확산”
법외노조 판결 이후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교조의 대의원대회 자료집에는 ‘4·16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이나 한국사 국정화 저지 투쟁 등은 교육의 범주를 뛰어넘는 투쟁이 되어 왔음. 특히 박근혜 정권 들어서며 폭압적인 통치방식이 더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가 투쟁에 적극 결합함으로써 전교조 탄압전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켜온 측면이 있음’이라고 썼다.
전교조는 대의원대회에서 ‘4·16 진상규명 투쟁’을 올해의 4대 현안 투쟁 사업으로 채택하고 △416 교과서 개발 보급 △416연대 및 가족협의회와 적극 연대하여 진상규명 투쟁 진행 △4·16 참사 2주기 교사집중행동 조직을 주요 사업으로 정했다.
416 교과서로 실제 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교육부 고시에 따르면 계기교육을 하려면 학년 및 교과협의회 등을 통해 교수·학습과정안과 학습자료가 작성되고 학교장이 승인해야 한다. 서울의 A중학교 교장은 “해당 교과서를 다 읽어 본 교장이라면 절대 승인할 수 없을 만큼 내용이 잘못돼 있다”며 “전교조가 자신의 목적을 관철하려 아이들에게 편향된 교육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소속 교사가 임의로 수업시간에 416 교과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