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치오 오르디네 著…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
실용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고전은 선택할 수 없는 한가로운 도락(道樂)의 정점으로 쓸모가 없다. 고전 탐독은 결코 성공의 비결이 아니다. 고전을 열독한다고 해서 이제껏 없던 ‘여친’이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옛 ‘남친’이 회개하고 돌아오지 않는다.
이탈리아 문학 연구자이며 철학자인 누치오 오르디네는 실용성을 강조하는 우리 시대에 고전과 인문학이 ‘쓸모없는 것’임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전을 읽고 인문학을 배워야 할 이유를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컬처그라퍼)이라는 책에서 제시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야만의 시대는 ‘쓸모없는 지식의 유용성’이 ‘지배적인 유용성’과 근본적으로 대립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오르디네는 ‘쓸모없음의 유용함과 유용함의 쓸모없음’을 다양한 변주로 들려주며 독자의 영혼을 깨운다. 쓸모없는 지식이 겨냥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삶과 존재 자체다. 뭇 스승들과 오르디네의 가르침을 제대로 새겨듣고 고전과 인문학으로부터 더 많은 배움을 얻기 위해서는 삶의 여백을 만들어야 한다. “쓸모없는 것에 할애할 시간이 없는 현대인은 영혼 없는 기계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원석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