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 사회부 기자
“치즈와 우유의 유통기한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치즈는 유통기한이 길다. 솔직히 유통기한이 조금 지나도 그냥 먹는다. 하지만 우유는 어떤가? … 1등급 우유인데 유통기한이 3일 지난 것을 마실 것인가? 3등급 우유지만 유통기한이 3일 남은 것을 마실 것인가?”
계속 읽어 보면 의학 칼럼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저는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동서고금 막론하고 젊은 여자 좋다 하듯, 어쩌면 다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또 어쩌면 머지않아 저는 질풍처럼 지나간 20대를 한탄하며 싱크대 하수구에 버려질 상한 우유 신세가 될지도 모릅니다.
글 제목은 ‘30대 전문직보다 20대 전문대 여자가 먹힌다’입니다. ‘30대 후반의 능력남은 30대 중반 여성을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을 당신은 명심해야 한다’는 의사의 충고입니다. 2014년에 쓰인 글이지만 최근 SNS 유명인이 ‘진정한 개저씨(개와 아저씨의 합성어) 칼럼을 발견했다’며 이 글을 공유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의사의 주장에 동의한 남성들은 ‘역시 배우신 분. 용기 있는 의사 선생님의 글에 박수를 쳐라’라며 댓글을 달았습니다. ‘남자는 42세 넘어가도 정자가 만들어집니다. 여잔 42세 넘어가면 폐경기가 와서 난자가 안 만들어져요. 남녀가 똑같다고 주장하는 여자는 자원입대부터 하고 보시죠?’
이윽고 유치찬란한 남녀 댓글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분기탱천한 여성들은 2010년 항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30대 여교사와 15세 남학생의 불륜 기사를 댓글로 달았습니다. 30대 여성도 얼마든지 매력적이라는 점을 증명한다는 겁니다.
저는 여성의 매력을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 없느냐로 재단한 것이 애초 이 칼럼의 문제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령 출산이 가지는 난점과 그 난점의 극복을 의학적 관점에서 조망한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나이 든 여자를 대하는 태도를 마음대로 정의하며 엉뚱한 결론을 내립니다.
설사 서술된 글이 팩트에 매우 가깝다고 한들, 이 글에서 사용된 비유는 비판을 피할 여지가 없습니다. 최근엔 여성 팬층이 두꺼운 인디밴드 가수 윤모 씨가 “음악에서 ‘자궁냄새’가 나면 듣기 싫어진다”고 발언한 사실이 SNS를 통해 밝혀져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윤 씨는 “모성에 대한 공포를 함의한다”는 둥 이해 불가능한 사과문을 올려 조롱의 대상이 됐습니다.
그래도 저는 굳이 골라야 한다면 치즈를 고르겠습니다. 남녀를 막론하고 사람은 저마다의 특색을 안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치즈에 가깝다고 믿습니다. 제가 푸른곰팡이가 서린 블루치즈를 좋아하듯, 상대가 느끼는 매력은 ‘개취(개인의 취향)’라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만 덧붙이고자 합니다. “의사 선생님, 1960년대생인 저의 어머니께선 나이 서른일곱에 4.2kg의 건강한 제 막냇동생을 순산하셨습니다. 제 걱정은 제발 참아주세요.”
전주영 사회부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