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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北 무모한 도발땐 자멸”

입력 | 2016-03-26 03:00:00

‘서해 수호의 날’ 정부 주관 첫 기념식 대전현충원서 열려




25일 오전 10시 국립대전현충원. 진혼곡 연주가 시작되고 예포가 한 발 한 발 발사됐다. 서해를 지키다 산화한 장병 55명을 기리는 예포 21발의 울림이 계룡산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현충원을 흔들었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학생들도 숙연해졌다. 예포 소리는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전사자들의 외침 같았다.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피격(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23일) 등 북한의 ‘3대 서해 도발’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장병 55명을 기리는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세 차례 도발에서 산화한 장병은 55명. 이 중 희생자(한주호 준위 포함 47명)가 가장 많았던 천안함 피격이 벌어진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기념일로 정해 올해부터 정부 주관 기념식을 연다. 이날 행사엔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유가족, 시민 및 학생 등 7000여 명이 참가했다.

앞서 추모 행사 통합을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부정적이었던 일부 유가족도 “호국용사의 정신을 기리고 안보 의식을 고취한다”는 서해 수호의 날 제정 취지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해군과 해병대는 서해 수호의 날과 별도로 자체 추모식도 계속할 계획이다. 고 박석원 상사의 아버지 박병규 씨(60·천안함 46용사 유족회장)는 “현충일이 있는데 나라에서 따로 기념일을 마련해 준 것에 감사한다”며 “희박해져 가는 젊은 세대의 안보 의식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천안함 46용사 묘역에 도착해 유가족 5명에게 목례하며 각각 안부를 물었다. 고 김태석 원사의 딸(13)에게는 “나라를 지키다 용감하게 전사한 아버지에게 긍지를 가져라. 아버지가 지켜보시고 있을 것”이라고 위로했다.

부상자들도 참석했다.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군과 맞서 싸우다 오른팔에 관통상을 입었던 곽진성 씨(37·당시 하사)는 “영화 ‘연평해전’ 열풍 이후 관심이 식는 것 같아 먼저 간 전우들에게 미안했는데 정부가 잊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기념식에선 도발 당시 상황과 생존 장병 인터뷰 등을 담은 동영상이 대형 화면에 나왔다. 이 행사에 참석한 중학생들은 3대 도발 전사자가 55명이나 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특히 엄마가 서해 도발로 산화한 아들을 평생 기다린다는 내용의 뮤지컬 ‘엄마의 바다’가 공연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김소진 양(14)은 “나보다 겨우 대여섯 살 많았던 오빠들이 너무 일찍 희생돼 안타깝다”고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청와대 타격 협박 등 위협 수위를 날로 끌어올리는 북한을 향해 강하게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전례 없는 제재 조치로 고립무원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로 인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무모한 도발은 북한 정권의 자멸의 길이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서해 수호의 날은 호국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의 단합된 의지를 모아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하지 못하게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해군 1함대사령부를 찾아 “북한이 도발하면 서해 수호 55용사의 한을 풀어주는 호기로 삼아 강력히 응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손효주 hjson@donga.com·김도형 /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