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반란’이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어제 김 대표는 잘못된 공천이라며 무(無)공천을 주장했던 5개 지역 중 진박(진짜 친박) 대구 동갑(정종섭) 달성(추경호)의 공천장에 직인을 찍었다. 그 대신 친박(친박근혜)계가 찍어낸 유승민, 이재오 의원 지역구와 서울 송파을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함으로써 당이 공천을 내정했던 진박 3명은 20대 총선 출마를 못하게 됐다. 김 대표는 “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파국을 막기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주장하지만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주고받기로 정치적 거래를 한 결과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반란’ 소리를 들어가면서 투쟁에 나선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필두로 한 친박계가 당헌·당규에 규정된 상향식 공천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을 당 대표로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원만한 해결을 위한 양보가 무능력 무기력으로 비치면서 김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됐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의 요구조차 하지 않은 채 공천 의결을 거부한 김 대표 역시 당헌·당규를 위배한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김 대표나 친박계 모두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은 상처투성이의 해당(害黨) 행위를 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원내대표 시절 유승민 의원의 언행에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더라도 대통령은 화합과 용서의 리더십으로 관계를 풀었어야 했다. 그런데도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을 강조하니 결국 진박이 활개를 치고 ‘비박 공천 학살’이 벌어져 당이 내전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번 공천 과정을 통해 국민은 입만 열면 개혁을 외치고 “국민만 바라본다”는 새누리당도 총선 결과보다 자파(自派) 세력 늘리기에 혈안이라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책임론과 함께 당권과 대권을 둘러싸고 권력투쟁이 벌어질 게 뻔하다. 오만과 독선으로 구태를 거듭하는 보수 기득권 집권 세력이 또 무슨 말로 개혁을 외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