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웨어러블 로봇의 세계] 뇌파 분석해 동작 예측… 한 몸처럼 움직여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의 몸동작을 따라 움직이며 큰 힘을 낸다. 사람이 로봇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에 만약 예기치 못한 동작이 일어나면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결국 웨어러블 로봇의 완성도는 사람의 몸동작을 얼마나 잘 따라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에는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하기 위해 ‘압력감지’ 방식을 썼다. 신발, 허리, 발목 등 몸과 맞닿는 부분에 압력을 느끼는 ‘감압 센서’를 붙여 둔다. 만약 다리를 들어 올리려고 하면 무릎에 붙어 있는 센서가 압력을 느끼고, 이 신호에 따라 로봇의 다리를 따라서 들어주는 식이다. 압력감지 방식은 제어가 간편하지만 일단 사람이 움직인 뒤 이를 따라서 움직이는 형태라 반응이 늦고 오류도 발생하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로봇기업 ‘사이버다인’은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인 ‘근전도’를 측정한다. 근육이 움직이기 전 근육을 움직이려는 신호를 가로채는 방법이다. 비교적 정확하고 확실하게 움직이지만 로봇을 입고 벗기가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매번 허벅지 근육 위에 끈적끈적한 접착식 패드를 붙여야 한다.
미국 록히드마틴 연구진도 이 방법을 쓴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 연구진도 ‘버추얼 토크 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소방용 로봇 하이퍼 R1도 마찬가지다. 로봇 등판에 들어 있는 컴퓨터가 관절의 각도를 감지한 다음, 이 각도의 변화에 따라 어느 정도 예측하고 힘을 보내준다.
먼 미래에는 머리에 헬멧이나 헤어밴드를 쓰고, 뇌파를 컴퓨터로 해석해 사람의 동작을 사전에 분석해내는 방법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수년 내에 실용화가 되기는 힘들다. 2014년 열린 브라질 월드컵 개막식에선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이 방법을 채용한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시축을 하기로 했다. 연구책임은 뇌과학 권위자인 미겔 니콜레리스 미국 듀크대 교수팀이 맡았다. 그러나 개막식까지 보행기능을 완성하지 못했고, 시축자는 경기장 주변에서 다리를 움직여 공을 한 번 툭 건드려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조백규 국민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가까운 미래에는 동작예측 방식이, 먼 미래에는 뇌신호 측정 방식이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