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8]‘김무성 옥새전쟁’ 봉합 金 “청와대 시선 의식하지 않는다”… 朴대통령 “본인만의 정치” 우회비판 비박 일각서도 “金, 자기것만 챙겨” 리더십 타격… 총선뒤 행보 가시밭길
정문 아닌 지하상가로 나간 金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6층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을 피해 당사 지하 1층 상가로 이어진 계단 출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고 있다. 전날 5개 지역을 무공천 하겠다며 옥새 보이콧을 선언했던 김 대표는 이날 25시간 만에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와 절반의 합의를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특히 김 대표가 ‘태풍의 눈’이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 지역구인 대구 동을 무(無)공천을 감행해 이재만 후보를 탈락시킨 만큼 청와대와의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지목한 유 전 원내대표를 살리기 위해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의 뜻을 꺾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는다”며 “공멸을 막고 선거에서 과반을 지키기 위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자신의 일보 후퇴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애초 △유 전 원내대표 지역만 무(無)공천 △일부 지역만 무공천 △보류됐던 5곳 모두 무공천 등 3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고 한다. 그러다 24일에는 5곳 모두 무공천하는 초강수를 뒀고, 다시 25일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3개 지역 공천장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매번 청와대 눈치 보기로 비쳤던 기존 행보와는 달랐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당장 박 대통령이 나서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이 여당 문제에 관해 언급할 경우 ‘총선 개입’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집권 후반기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 여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필요한 박 대통령은 여당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총선에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 정국에서는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불편한 동거’를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본격적인 갈등은 총선 이후 불거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가 본격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서는 것을 박 대통령이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더라도 김 대표를 견제할 방법은 많다”고 했다.
전면 투쟁 양상에서 절충점을 찾은 김 대표의 정치적 득실도 복잡한 함수관계에 빠져 들었다. 우선 자신의 우군들로부터 “결국 이번에도 물러섰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뚝심 있는 리더십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컷오프(공천 배제) 이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조해진 의원은 “자기 거 챙길 건 다 챙기고 나서 저항하는 건 몽니”라고까지 혹평했다.
총선 직후 친박계의 총공세도 예상된다. 이 때문에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해 6, 7월경 실시될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향후 정치적 미래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김 대표의 대권 행보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강경석 coolup@donga.com·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