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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김종인, 야권 단일화 놓고도 엇박자

입력 | 2016-03-26 03:00:00

[총선 D-18]
文 “단일화 전국으로 퍼져나가야”… 金 “뭐라 얘기할수 없어” 소극적
金, 朴대통령 겨냥 “배신의 경제 심판”
단독 선대위장 체제로… 文 역할 제동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수장 간의 ‘불안한 동거’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거침없는 언행으로 ‘차르’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사퇴 파동으로 주춤하는 사이, 경남 양산에서 칩거했던 문재인 전 대표는 대외 활동의 폭을 거침없이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각종 현안에 대해서도 두 사람이 바라보는 지점이 달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행보가 두 사람의 의도된 역할 분담인지, 총선 이후 당 주도권을 둘러싼 싸움의 시작인지를 놓고 당 안팎의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두 사람의 시각차가 가장 두드러진 지점은 ‘당 정체성’ 부분이다. 사퇴 파동을 끝낸 김 대표는 향후 과제로 ‘정체성의 재정립’을 천명했다. 그는 당 잔류를 선언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와 같은 일부 세력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 정당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다”고 했다. 사퇴 파동의 발단이 된 비례대표 명부 논란에서 김 대표에게 반기를 든 일부 친노(친노무현)·86그룹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김 대표는 총선이 끝난 뒤 본격적으로 당내 뿌리 깊은 ‘운동권 문화’를 손볼 계획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24일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손혜원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진보, 민주화운동 세력, 시민운동 세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쪽 면만 본 것”이라고 했다. 또 “(이 지역구 현역 의원인) 정청래 의원이 이번 공천에서 배제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 의원의 컷오프는 김 대표가 직접 주도했다. 당 중앙위원회에서 뒤집힌 비례대표 명단을 두고 김 대표는 사퇴를 검토할 정도로 격분했지만 문 전 대표는 “정당 민주주의의 혁신”, “20대 공천은 전체적으로 참 잘됐다”고 했다.

총선에서 야권의 최대 화두인 ‘단일화’에 대한 태도도 미묘하게 엇갈린다. 문 전 대표는 연일 “야권 후보 단일화가 전국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반면 김 대표는 “후보끼리 연대하는 건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정도의 태도다. 그 대신 김 대표는 정부·여당을 향한 ‘경제 심판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그는 이날도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배신의 정치, 배신의 경제를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 주 출범하는 선거대책위원회 산하에 ‘경제상황실’을 두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대위는 김 대표의 ‘단독 선대위장’ 체제로 가기로 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지원 유세를) 부르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 가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문 전 대표에게 공식적인 역할을 맡기지 않을 계획이다. 이번 선거를 ‘문재인의 선거’가 아닌 ‘김종인의 선거’로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대표가 비례대표 파문과 이로 인한 사퇴 파동으로 리더십에 적잖은 상처가 났다는 점이다. 반면 ‘백의종군’ 신분인 문 전 대표는 서울, 부산, 강원, 경남 등 호남을 제외한 전국을 누비며 지원 유세에 나서고 있다. 한 당직자는 “총선 결과에 따라 정계 은퇴와 화려한 복귀의 기로에 서 있는 문 전 대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문 전 대표의 활동 범위 등을 놓고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입장에서는 한 표라도 더 모을 수 있는 사람에게 지원 유세를 청할 것”이라며 “두 사람 중 출마자들의 ‘유세 러브콜’을 누가 더 많이 받는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총선 후 두 사람의 역학 구도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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