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靑요청 ‘佛장식미술전’ 무산… 김영나 관장-박민권 차관 책임 물어” 靑 “답변할 가치 없는 허위주장”… 문체부 장차관 3자리 모두 외부인 “직원들 사기바닥… 해도 너무해”, 일각 “교문수석 제역할 못해 갈등”
9일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교체를 계기로 청와대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인사 난맥상을 지적하는 비판이 일고 있다.
25일 박물관과 문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와대 측은 지난해 말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프랑스 장식미술전’ 개최를 김 전 관장에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관장은 “전시품 중 루이뷔통 등 명품업체들의 상품이 포함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계속된 문체부 고위 관계자의 요청에 김 전 관장은 명품업체 전시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하지만 중앙박물관과 명품업체 사이의 실랑이로 준비가 늦어지면서 5월 개최 일정이 잡혀 있던 미술전이 무산됐다는 게 중앙박물관 관계자들의 말이다. 중앙박물관 주변에선 김 전 관장이 물러난 이유 중 하나가 전시 무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박민권 문체부 1차관이 지난달 29일 전격 교체된 것도 전시 추진 감독 책임자였던 박 차관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전 차관이 교체되면서 문체부 장차관 세 자리가 모두 외부 인사로 채워졌다. 문체부 내부에서는 내부 승진이 관행인 1차관마저 외부 인사로 바뀌는 것에 대해 불만이 적지 않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유 전 장관 때문에 문체부가 청와대에 미운털 박힌 것은 알겠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장차관을 모두 ‘외부 완장’으로 채우는 게 어디 있느냐. 직원들 사기가 바닥인데 문화 융성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했다.
교문수석실과 문체부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과 부처 사이를 조율할 교문수석실이 제 기능을 거의 못 하다 보니 청와대와 부처 간의 갈등이나 혼선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 장식미술전과 관련해 청와대가 김 전 관장에게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일이 답변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김 전 관장과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만난 것은 1월 20일 한 차례뿐이고 전시회는 2014년부터 논의된 것으로, 박 대통령의 관심사도 아니어서 압력을 넣을 이유가 없다”며 “김 전 관장이 5년 넘게 재임해 교체 시점이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전 차관 교체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행정고시 33회로 차관급에서는 기수가 낮은 편인데도 발탁됐는데, 그동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김윤종·장택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