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구장을 함께 홈으로 쓰는 ‘한 지붕 두 가족’ 두산과 LG는 전통의 라이벌이다. 시범경기 최종전인 27일 잠실 두산-LG전에는 1만5155명이 입장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26일 경기 8회초 2사 1루서 두산 오재원(오른쪽)이 도루를 시도해 LG의 실책을 틈타 3루까지 달려 세이프되고 있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두산, LG전 시범경기부터 총력전
LG도 더블스틸 등 정규시즌 방불
두산 사령탑이 되면 숙명적으로 ‘LG한테는 지지 말아달라’는 그룹 최고위층의 언질을 듣게 된다. LG전에서 밀리면 단명 감독이 될 위험성이 상당히 올라간다. LG 역시 ‘잠실 맹주’ 다툼에서 고비처마다 패퇴하는 현실이 편할 리 없다. LG도 ‘회장님이 주최하는 그룹의 아침회의 분위기가 LG 트윈스 성적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 나오는 곳이다. 잠실구장을 같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기에 서로 불편한 것은 물론이고, 대조적 성적이 나오면 바로 비교당하기에 심리적으로 민감하다.
‘라이벌전’의 속성상 두산과 LG의 경쟁구도는 ‘제로섬 게임’일 수밖에 없어 더욱 첨예하다. 오죽하면 2000년대 중반 LG는 ‘두산에 패하면 다음 번 두산과의 잠실 홈경기는 무료입장을 시키겠다’는 사상 초유의 ‘배수진 마케팅’까지 한 적이 있다. 형세가 이러니 양 팀 선수단의 맞대결 스트레스 지수는 엄청나다. 하는 사람이 피가 마를수록 보는 사람들은 흥미진진한 것이 두산-LG의 야구전쟁이다.
● 두산, LG의 출정식에 찬물 끼얹다!
타이밍 상 4월 1일 정규시즌 개막전이나 2일 경기에 선발등판할 투수가 나오는 순서였다. 야수진도 컨디션을 조율할 수 있는 최종 리허설이었다. LG는 핵심 선발 우규민을 선발로 내세웠고, 포수 정상호를 제외한 사실상의 베스트 라인업을 꾸렸다.
그러나 두산이 더 세게 나왔다. 두산은 지난해 18승 투수 유희관을 선발로 올렸고, 6회 5선발 후보인 허준혁으로 이었다. 8회에는 오현택에게 0.1이닝만 맡기고 김강률을 투입했다. 9회에는 마무리 이현승을 올려 1-0 리드를 기어코 지켰다. 두산은 시범경기 3위(8승3무5패)를 확정하며 LG(7승2무8패)를 승률 5할 아래로 내렸다.
● LG, 두산의 허슬 이미지 빼앗겠다!
LG도 호락호락 당하지 않았다. 26일 4-4 무승부에 이어 27일에도 끝까지 두산을 괴롭혔다. 선발 우규민이 1회 2사 후 두산 민병헌∼에반스에게 연속안타를 맞은 것이 유일한 1실점이었다. 두산 유희관에게 5회 2사까지 퍼펙트로 눌렸으나, 정성훈의 안타 뒤 채은성이 강습 타구로 유희관의 왼쪽 종아리를 강타했다. 유희관이 쓰러지자 두산 코치와 트레이너들이 덕아웃에서 달려 나왔다. 유희관이 시범경기 마지막 순간 다치기라도 한다면 두산에 치명상이 아닐 수 없었다. 유희관이 걷지 못하고 업혀 나가 걱정을 더 키웠으나, 일단은 단순 타박상으로 알려졌다. LG는 7회 중심타자 박용택과 히메네스가 더블스틸을 성공시키는 등 과감한 야구를 지속했다. ‘올 시즌 두산보다도 더 잠실친화적인 야구를 하겠다’는 의도가 배어있다. LG-두산의 잠실 쟁탈전은 예고편부터 치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