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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박근혜-노무현 들먹여… 그런 후보는 맹탕”

입력 | 2016-03-28 03:00:00

[총선 D-16/국회의원 제대로 뽑자]<上> 이런 후보가 ‘불량 후보’




“국민 투표 거부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든다.”

최근 여야의 공천 파동을 지켜본 각계 원로 및 교수들은 후보자들을 제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정치가 더욱 거꾸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았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유능한 인재가 들어와야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공천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7일 “각 정당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공천을 했다”며 “후보들을 판단할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묻지 마’ 투표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우려했다.

○ “계파 줄 선 후보 응징해야”

각계 원로와 전문가 10명 모두는 당론과 계파주의 추종을 불량 후보 감별법의 주요 기준으로 꼽았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친노(친노무현) 등 계파를 들먹이는 후보들은 문제가 있다”며 “자신의 비전이 없고, 지역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후보들이 계파를 앞세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당론만 따라가면 거수기일 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다”라며 “완장 차고 권력자에게 줄을 선 후보는 응징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19대 국회에서 여야는 민생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4년 내내 당내 계파 정치라는 구태를 보이며 권력투쟁에만 여념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을 경우 20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고질적 계파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계파를 자신이 정치하는 데 가장 중요한 ‘빽’인 것처럼 생각하는 후보들이 있다”며 “계파의 이해관계를 기준으로 의정활동을 하려는 후보들은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없어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도 “권력에 아첨하고 양심을 파는 것은 자존심이 없는 인간”이라고 했다.

지역주의 조장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선거하는 사람은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 지역주의와 연고주의를 강조할 것”이라며 “지역주의에 매몰된 선거는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도덕성, 표로 심판해야”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도덕적으로 국민 상식의 최소 조건에 맞는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며 “법 위반뿐만 아니라 논문 표절 등이 있으면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남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는 도덕적인 깨끗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 전과나 범죄 등을 갖고 있는 후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탈세와 전과자 등을 언급하며 “재산이 많으면서도 공익을 위해 기부를 전혀 안 한 사람도 안 된다”고 말했다.

도덕성은 후보들의 절제 능력과 연계돼 있는 만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단국대 가 교수는 “민주화운동 등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기 또는 음주운전 등의 경력을 갖고 있는 후보는 걸러내야 한다”며 “이는 자신에 대한 절제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대 김 교수도 “아무리 잘해도 막말 등으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으면 국민을 대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병역, 납세 의무 등은 후보 자질의 기본으로 분류됐다. 고려대 이 교수는 “세금도 안 내고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부패 혐의나 갑질 논란 등으로 지탄받는 후보들은 국민이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국회의장도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거나 탈세와 부동산 투기 등을 한 후보들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 “전문성, 미리 갖춰야”

전문성이 부족한 후보들도 불량 자질에 해당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이진강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국회는 여러 가지 정책에 따라 국민 생활과 국가 경영에 관련된 법을 만드는 기관”이라며 “각 분야와 지역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지역 사정도 잘 알게 되며, 이는 국가 전체의 이익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김 전 국회의장도 “후보가 국회에 들어오면 전문성을 발전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미리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손 교수는 “전문적 지식은 국회 보좌진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며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는 능력이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사익 추구형도 철저하게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개인의 이익과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며 “고집스러울 정도로 소통하지 않는 후보들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호 sungho@donga.com·손영일·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