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보안요원 피살… 출입증 사라져 테러범들, 방사성물질 폭탄 모의 핵프로그램 책임자 집 몰래 촬영… 기간시설 사이버테러 가능성도
이슬람국가(IS)의 벨기에 브뤼셀 공항·지하철역 테러 이후 벨기에 원자력발전소를 겨냥한 테러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뤼셀 테러 수사팀은 IS가 벨기에 원전을 공격하거나 침입해 파괴하는 등의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고 판단하고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를 취했다. 22일 브뤼셀 테러 발생 몇 시간 만에 필수 인력을 제외한 원전 직원들을 귀가시킨 데 이어 25일에는 원전 1, 2곳에서 근무하는 몇몇 직원의 출입증을 회수했다. NYT는 그동안 벨기에 원전에서 여러 차례 안전관리에 실수가 있었다며 테러조직원 다수가 이미 벨기에 내부에 침투해 있는 사실과 대(對)테러 당국의 능력이 약한 점이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벨기에 일간 DH는 26일 이틀 전 벨기에 동부 티앙 주 원자력발전소에서 보안요원이 살해되고 출입증이 탈취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살해 동기와 출입증 탈취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DH는 브뤼셀 테러범들이 벨기에 핵프로그램 연구 책임자의 집을 10시간 정도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브뤼셀 테러범들이 핵시설 공격 및 방사성물질 폭탄 테러까지 모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2012년 벨기에 둘(Doel) 원전에서 일하던 직원 2명은 직장을 그만둔 뒤 시리아 강경 이슬람 조직에 가담했다가 IS 대원이 됐다. 이들은 지난해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같은 부대에서 활동했다. 한 명은 시리아에서 전투 중 사망했고, 다른 한 명은 2014년 테러 관련 죄로 벨기에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풀려났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이들이 벨기에 원전의 주요 정보를 IS에 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벨기에 연방검찰은 26일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3명의 용의자를 테러 단체 가담과 테러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기소된 인물 중 한 명의 이름은 파이살 셰푸로 22일 공항 테러 당시 공항 폐쇄회로(CC)TV에 찍힌 3명의 용의자 중 1명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경찰은 24, 25일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벌여 벨기에 테러와 관련된 12명의 용의자를 체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