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A=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되는 건가. 미술로 치면 초현실주의인데…. 그런데 요즘 언론을 보면 공화당 지도부가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트럼프를 막는다는데 이게 가능한 거야?
기자=1952년에 마지막으로 열렸는데, 트럼프가 과반 대의원(1237명)을 못 얻으면 전대를 열고 반(反)트럼프 단일 후보를 내세워 트럼프를 꺾겠다는 거지.
기자=두 사람 다 트럼프 반대파 아니었어? 공화당 지도부가 그 나름으로 머리를 굴려 아이디어를 낸 건데….
A=트럼프를 싫어하는 것과 공화당 지도부가 하려는 짓은 전혀 별개야. 트럼프를 꺾으려면 경선 과정에서 반트럼프 단일 후보를 만들든지…. 공화당이 어떻게 변하겠다든가 뭐 이런 노력도 없이 급한 마음에 민심 왜곡이나 하겠다는 거잖아.
B=공화당이 이 정도로 머리가 나쁘진 않았는데. 설령 트럼프가 전대에서 미끄러지더라도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겠어? 내가 트럼프라도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 로널드 레이건이라는 전설을 만든 공화당의 원칙은 지금 어디로 갔는지….
(CNN은 17∼20일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원의 60%는 “경선 1위가 대선 후보로 지명돼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과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경선에서 1위를 한다면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게 옳다는 것이다.)
B=와! 마담 프레지던트(박근혜 대통령) 힘이 세다던데 어떻게 그런 일이…. 한국 집권당이 공화당과 비슷한 측면이 있네. 한미 보수 정당이 나란히 원칙을 무시하고 말이야.
A=내가 회사에서 숫자를 다뤄서 하는 말인데, 미국에선 여론조사 결과를 다른 말로 ‘수학(math)’이라고 해. 일정 기간 일관성 있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현대사회에서 움직일 수 없는 판단의 근거 아니겠어? 그건 한국에서도 다를 바 없을 텐데….
기자=아무튼 그러면, 둘 모두 트럼프가 대선 후보가 돼도 상관없다는 거야?
A=그럴 리가. 하지만 트럼프 수준의 지저분한 꼼수는 쓰지 말자는 거지. 잘 모르지만 한국도 그랬으면 좋겠고.
우연히 나눈 이들과의 대화에서 공화당, 새누리당 두 한미 보수 정당이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꼼수의 덫에 갇혀 위기에 빠졌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이승헌 워싱턴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