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5]격전지를 가다 서울 용산-은평을-송파을 가보니
○ 새누리당 3선 출신이 적군으로
“이번엔 2번입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된 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왼쪽)이 28일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을 방문해 지역주민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반대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진 의원이 더민주당에 입당한 것을 비판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여성우선추천으로 공천된 서울메트로 경영혁신본부장 출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남동에서 구둣방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공천 때문에 싸우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진 의원과 황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이 지역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됐다는 게 변수다. 황 후보에 맞선 야권에서 진 의원 외에 국민의당 곽태원, 정의당 정연욱, 민중연합당 이소영 후보 등이 출마를 선언해 표가 갈릴 수 있어서다.
○ ‘기호 8번’ 이재오와 야권 난립
“제가 1번입니다” 여성 우선추천으로 서울 용산 지역구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오른쪽)가 28일 용산구청 앞 사거리에서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불광동 제일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9)는 “대통령 눈치 안 봤다고 (이 의원의) 공천을 안 준 것은 심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공천 갈등에 여권 성향 지지자들 사이에선 “마지막으로 한번 잘해 보라고 밀어주자”는 동정론도 나온다.
대조시장의 과일 상인 박모 씨(56·여)는 “이번에는 새로운 인물이 (국회에) 들어와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에 야당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후보 가운데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 송파을에 변화의 바람 불까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직장인 라병학 씨(39)는 “그동안은 새누리당을 지지해왔다”면서도 “이번에는 당과 관계없이 공약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가 없어지면서 민심도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서울 송파을은 2004년 17대 총선부터 내리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다. 송파구청장 출신 무소속 김영순 후보는 이날 아침 빨간색 점퍼를 입고 “새누리당을 지키겠다”는 피켓을 들었다. 컷오프(공천 배제)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 출마했지만 무주공산이 된 송파을에서 ‘사실상의 새누리당 후보’를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젊은층에선 이번 기회에 야당 후보로 바꿔 보자는 의견도 나온다. 지역주민들은 이날 아침 출근길 인사에 나선 더민주당 최명길 후보에게 “이번이 기회인 것 같다” “기호 1번만 찍었는데 달리 생각해 보겠다”는 말을 건넸다. 대전 유성갑에 출마했다가 송파을에 전략공천 된 최 후보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 이래협 후보와 여권 성향의 무소속 채현 후보도 뛰고 있다. 여야 후보가 난립하면서 유권자들도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송찬욱 song@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