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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신수정]‘아마존’ 꿈꾸는 쿠팡

입력 | 2016-03-29 03:00:00


신수정 산업부 기자

우리 집 현관문에는 작년부터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아기가 자고 있어요. 똑똑 노크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스티커의 반향은 생각보다 컸다. 스티커가 붙은 다음 날부터 택배기사들이 벨을 누르는 대신 노크하기 시작했다. 스티커가 붙기 전에는 혹시나 애써 재운 아기가 벨소리에 깨지는 않을까 멀리 발소리가 들리면 미리 문을 열어 보곤 했다. 엄마의 벨소리 긴장감을 덜어 주고 아기의 낮잠 시간을 확보해 준 스티커를 붙인 사람은 내가 아니다. 우리 집에 ‘로켓배송’을 온 ‘쿠팡맨’이 ‘벨 대신 노크해 주면 고맙겠다’는 요청 사항을 보고 다음 배송 때 참고하려고 붙이고 간 것이다.

쿠팡은 ‘최고의 고객 중심 기업을 지향한다’는 목표로 2010년 8월 설립된 소셜커머스 기업이다. 쿠팡은 다른 소셜커머스 기업과 달리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며 자체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사업자인 쿠팡이 영업용 차량이 아닌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화물을 배달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는 한국통합물류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최근엔 유통 대기업 이마트가 최저가 기저귀를 내세우며 사실상 쿠팡을 겨냥한 가격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유통과 물류 업계 모두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이유를 김범석 쿠팡 대표는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를 위해서라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구매의 마지막 단계인 배송 과정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관련 교육을 받은 자사(自社) 직원의 자체 배송만이 답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배송 과정에서 쿠팡맨은 고객과 문자 메시지로 상품을 어떻게 전달받고 싶은지 의사소통을 한다. 직접 받고 싶은지, 문 앞에 놓고 가거나 경비실에 맡기기를 원하는지 등 고객이 원하는 대로 배송해 준다. 빠른 배송을 넘어 고객에게 감성까지 배송하는 것이 목표라는 쿠팡의 경영 철학은 많은 소비자를 충성도 있는 고객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설립 이후 매출액과 회원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승승장구해 온 쿠팡은 지난해 4000억 원대의 대규모 적자설과 쿠팡맨의 정규직 전환 비율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10억 달러(약 1조 원)를 투자받은 쿠팡이지만 수천억 원대 적자를 몇 번 더 내다가는 결국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말 1시간 배송을 내걸며 미국 뉴욕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코즈모닷컴이 인프라 투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한 것처럼 쿠팡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유통 및 물류 대기업에 맞서 ‘배송 혁신’을 내세우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쿠팡을 향한 기대와 응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아마존과의 경쟁은 두렵지 않다. 두려운 것은 고객의 실망”이라며 기업의 최우선 가치를 고객 만족에 둔 쿠팡의 경영 철학을 지지하는 소비자도 많다. 쿠팡이 자신을 향한 비관적 전망을 이겨 내고 ‘한국의 아마존’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신수정 산업부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