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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파에 짓밟힌 브뤼셀 테러추모 광장

입력 | 2016-03-29 03:00:00

300여명 몰려와 ‘反이민’ 구호… 폭력 휘두르고 무슬림들 위협
일부 나치식 경례… 경찰, 강제 해산




27일 오후 벨기에 수도 브뤼셀 시내 증권거래소 앞 부르즈 광장. 브뤼셀 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꽃과 촛불이 가득한 추모광장이 갑자기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벨기에 축구클럽의 극렬 팬으로 보이는 300∼400명의 극우파 훌리건이 추모광장에 몰려들어 꽃과 촛불, 깃발 등을 짓밟았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브뤼셀 연쇄테러를 저지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규탄하며 민족주의와 반(反)이민 구호들을 외쳤다. 이들은 또 광장에 모인 추모객들 가운데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나 아랍계 등 비(非)백인 청소년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벨기에 서부 도시 겐트에서 온 훌리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마리오는 “초와 꽃 따위는 필요 없다. 이 나라에 광신도들이 넘쳐나는 데 대해 우리는 정부의 답변을 원한다”고 외쳤다.

일부 스킨헤드족은 나치식 경례에 구호를 외치고 도로 주변의 화분과 쓰레기통, 표지판을 집어 던지며 난동을 피우다 물대포를 동원한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현장에서 훌리건 10명이 체포됐고 이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다쳤다.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부르즈 광장의 평화적인 추모 대열을 방해한 시위대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하다. 그들이 벌인 난동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편 IS가 프랑스 파리와 브뤼셀에서 감행한 테러는 미국 본토에서의 대규모 공격을 위한 예행연습이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IS 연계 반군 지도자로 알려진 아부 알 에이나 알 안사리는 27일 미국 보수매체 브레이트바트 인터뷰에서 “파리와 브뤼셀에서 일어난 일은 미국에서 큰 일이 발생하기 전 작은 리허설에 불과하다”며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와 아부 오마르 알 시샤니가 미국 어느 곳을 언제 공격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