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달리 지카 바이러스는 공기 중으로 전염되진 않는다. 하지만 주요 감염 매개로 알려진 모기 외에도 수혈과 성관계에 의한 전파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다.
국내 보건 당국도 지카 바이러스의 추가 유입 및 감염 예방에 총력을 쏟고 있는 한편, 시민들이 행동 수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브라질 등 바이러스 유행 국가 여행객들에게 헌혈 금지와 성관계 자제 등 안전 수칙 준수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절기 방학철 여파로 현재 혈액 보유량은 3일분으로 적정 수준인 5일분 이상에 못 미치는 양이다. 수요가 많은 A형은 2.9일분으로 혈액 수급 위기 단계로 ‘주의’에 해당한다. 이처럼 혈액 수급에 적신호가 켜지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헌혈 참여를 독려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등 미봉책만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철분주사제, 혈액 수급의 효과적 대안
이 같은 상황에서 고용량 정맥 철분주사제가 혈액 수급 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수혈로 인한 전염병 예방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봉식 린여성병원장은 “모기 물림과 성접촉에 의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개인이 관리할 수 있지만 수혈은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적”이라며 “고용량 정맥 철분주사제를 활용하면 수혈을 줄일 수 있어 근원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중국 등 선진국에서는 수혈 감소 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년간 수혈을 40%가량 줄였으며, 중국도 혈액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정책에서 감소 정책으로 전환한 지 오래다.
고용량 정맥 철분주사를 활용하면 내·외과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혈의 필요성을 최소화해 간염, 에이즈에 감염될 위험이 없고 각종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 또 암을 비롯해 인공관절, 제왕절개, 심뇌혈관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수술 후 더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커 입원비 등 치료비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임산부 빈혈, 태아 건강에도 효과적
고용량 정맥철분주사제는 적혈구를 생산하는 조혈작용에 필수 성분인 철분을 환자의 정맥을 통해 주사해 혈액 내 적혈구 용적률(헤마토크리트)과 생체 내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 헤모글로빈 농도를 증가시키는 제제다. 출혈이 예상되는 수술을 하기 전에 투여해 헤모글로빈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켜 수혈을 줄이고, 수술 후 투여로 빠르게 헤모글로빈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실제로 대장 절제 수술 이전에 고용량 철분주사제를 투여받은 환자는 9.9%만 수혈이 필요했다. 하지만 주사제를 맞지 않은 사람은 38.7%가 수혈을 받아야 했다.
고용량 정맥 철분주사제는 임신부의 빈혈이나 임신부와 태아 건강에도 효과적이다.
최근 여성들의 임신 연령이 고령화되고 다이어트가 일상화되면서 빈혈을 겪는 산모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 초기 먹는 철분제는 입덧을 더욱 심하게 할 수 있어 꾸준히 섭취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이처럼 경구용 철분제의 섭취가 어려운 임신부나 수술 전후 등 단기간 고용량의 철분 보충이 필요한 환자에겐 정맥주사용 철분제가 권장된다. 특히 주사용 철분제는 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 수술 전 몸 안의 철분의 양을 충분히 늘려 주는 빈혈 교정에도 유용하다.
대표적인 고용량 정맥철분주사제로 JW중외제약의 ‘페린젝트’가 있다. 이 주사제는 한 번에 1000mg의 철분을 15분 만에 투여해 체내에 신속히 보충해 줘 수혈을 최소화하는 데 간편하고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정맥철분주사제는 고용량 투여가 어려워 여러 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고 1회 투여 시 40분 이상 소요된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