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4/부동층 심층인터뷰]연령-성별 20명 ‘내가 부동층인 이유’
이들은 왜 부동층으로 남아 있을까. 이번 심층 인터뷰 응답을 분석하면, 후보자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37.8%)은 정치에 관심 없는 집단이 아니라 기존 정치에 실망한 집단이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민의당이란 선택지가 나타난 20대 총선은 19대 총선보다 부동층이 줄어야 한다”며 “그런데 19대 총선 때 조사와 비교해 보면 부동층이 오히려 늘어났다. 정치 혐오 현상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역대 최악의 국회로 불린 19대 국회는 마지막 후보자 공천 개혁도 실패했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근혜)’과 ‘비박’ 간 갈등을 빚었고,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공천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진영이 지분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공천 과정을 보며 기존 정당 지지자들이 이탈했고, 20대 국회도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었다.
“새누리당은 당내 공천을 그런 식으로 하니 찍어 주기 그렇고, 더민주당은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 새누리당도, 더민주당도 그렇고… 결정을 못 했다.”(50대 남성·경기)
“정책이 마음에 안 들면 정당이나 인물을 보고 투표했다. 지금은 이 당도 저 당도 다 싫다.”(20대 여성·경기)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이 허접하다. 더민주당도 여러 가지 실망스럽다. 지지하는 정당에서는 후보가 안 나왔다.”(40대 남성·서울)
“이 지역은 야당이 강세다. 야당이 너무 혼잡하게 분열돼 있어서 결정하지 못했다.”(30대 남성·충청)
“후보가 누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60대 남성·서울)
○ 정책 실종되고 정쟁만 남아
부동층 심층 인터뷰 대상들은 투표할 후보를 결정할 때 인물 다음으로 정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정당을 보고 투표한다는 비율은 12.9%에 불과했다. 지지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31.1%나 됐다. 고정층(5.8%)에 비해 5배가 넘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스윙보터(Swing voter)로 불리는 부동층은 정책이나 공약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있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지지도는 부동층을 어떻게 공략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정책이라고 해도 다 똑같은 정책이고 획기적인 정책이 없고 항상 하던 말, 선거철 되면 하는 말이다. 그래서 솔직히 투표 자체를 안 하고 싶다.”(40대 남성·대구)
“인터넷으로 찾아보지 않는 한 정책을 보기가 힘들고, (후보자) 안내 팸플릿을 볼 기회가 적었다.”(30대 여성·서울)
“공천이 늦어지면서 아무 것도 확실하게 유권자들에게 알려진 게 없다. 후보자도 모르겠고, 정책도 모르겠고…. 뭐를 보고 결정을 해요? 각 당 정책도 싸움 때문에 X판 된 상황이라 결정할 수가 없죠.”(40대 남성·서울)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총선은 선거구 획정이 늦고, 공천도 늦어지면서 정책 선거가 실종됐다”면서도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이 정책을 보고 투표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