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 크림’을 만나 들어본… 선망의 대상이 꿈꾸는 것들
23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의 한 주점. 두 요원이 그룹 ‘AOA 크림’(왼쪽부터 찬미 혜정 유나)과 크림 생맥주 잔을 부딪쳤다. 20대 초반에 그들은 누구보다 ‘빡센’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몸이 안 보이는 두 손은 사복으로 위장한 두 요원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아이돌 그룹은 지구적 욕망의 결정체다. 명성과 부를 단숨에 이룬 선망의 대상. 늙어가는 자아를 위로할 욕망의 존재. 국가마저 한류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기 위해 틈만 나면 그들을 소환하고 소비하니까. 그렇다면 욕망의 대상인 본인들은 이 무수한 화살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들의 욕망은 뭘까.
AOA를 택했다. 설현을 포함해 7인조 AOA 중에서 셋이 따로 뭉친 유닛(미니그룹)인 ‘AOA 크림’의 세 멤버, 유나 혜정 찬미를 만나보기로 했다. ‘질투 나요 BABY’로 유닛 활동을 막 마친 시점이라 풍성한 얘길 들려줄 것 같아서다. ‘AOA 크림과 크림 생맥주 한잔’이란 ‘아재 개그’도 쓰고 싶었다. 23일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의 주점, 크림 생맥주를 앞에 두고 그들과 대화 시작.
○ 식욕과 다이어트
안주가 나오자마자 그들은 자신들의 욕망부터 허겁지겁 채웠다. 젓가락들의 군무. 도착 10분 만에 도미머리 조림엔 머리뼈, 새우튀김엔 머리와 꼬리만 남았다. “활동 기간엔 주로 하루 한 끼를 샐러드나 샌드위치로 때우거든요.” 절식(節食)도 회사 계약 사항? “자기 선택이죠. 늘 카메라 앞에 서니 알아서 빼게 돼요.”
다음 안주인 해물떡볶이 역시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스트레스 받는 날엔 학생이나 직장인인 ‘일반인’ 친구들과 술 한잔씩 한다고 했다. 그들과 진짜 속 터놓고 하는 얘기는? “친구들은 직장 상사, 회식 얘기를 많이 해요. 저는 ‘업무 환경’이 특수하니 보편적인 그들 얘기를 오히려 들어주는 편이에요.” “‘너희(AOA)가 잘돼서 너무 기분 좋다’는 문자를 받을 때 눈물 날 정도로 고맙죠.”
합숙 중인 멤버들끼리 술잔을 기울이는 경우가 더 많다. AOA 일곱 멤버는 서울 강남구의 30평대 아파트 두 곳에 각각 4명, 3명이 같이 산다.
‘거국적’으로 건배를 청한 뒤 요즘 진짜 고민을 물었다. “미래죠. 아이돌이 영원한 건 아니잖아요. 꿈을 이룬 건 행복하지만, 제2의 삶을 준비하고 싶어요.” “팬일 땐 저희도 몰랐어요. 오전 6시부터 리허설을 하는지도, 일종의 극한직업인지도….”
○ 성적 대상, 욕망의 주체
남성들의 성적인 시선에 대해 본인들은 어떻게 느낄까. “가끔 마음은 아프지만 그런 관심도 감사하죠.”
그룹 내 특정 멤버가 더 부각되면 어떨까. 에두른 질문에 이들이 먼저 설현 얘기를 꺼내준다. “전 그거 완전 좋아요. 군대 간 친구가 설현 사인을 받아달라고도 하죠. 주목받는 멤버가 있어야 팀 전체도 살아나잖아요.” “저희는 서로 싸울 수 없는 구조예요. 지금은 (설현) 언니가 주목을 받지만 회사가 기회를 분배하는 구조거든요.” 셋은 ‘우리 언니들’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한지붕 밑에서 살아온 가족애가 느껴졌다.
한창 연애할 나이다. 20대 초중반. 봄꽃이 핀다. “아아아악!! 완전 만나고 싶죠.” “(일반인) 친구들은 남친 얘기 다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전화해 주는, 그런 사람 있었으면 좋겠어요.”
○ 신데렐라 언니도 이런 기분?
이들은 “종일 회사 일에 지친 스트레스가 저희한테 다는 댓글로 풀린다면 괜찮다”고 했다. “이 친구들도 (직장인으로서) 오늘 나만큼 힘든 하루를 보냈겠구나, 이런 생각만 한 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마음 약한 두 요원, 웃음과 눈물을 가슴에 담고 술자리에서 일어섰다. 2차 대신 편의점을 찾은 둘은 진열장에 놓인 청량음료를 향해 손을 뻗었는데…. (다음 회에 계속)
김윤종 zozo@donga.com·임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