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릉의 비밀
백제 무령왕의 금제 관 장식. 불꽃처럼 화려하고 역동적이다(맨위 사진). 백제 무령왕비의 금제 관 장식. 한 송이 꽃봉오리처럼 단아하다. 국립공주박물관 제공
○ 우연한 발견, 놀라운 유물
1971년 7월 5일, 공주의 백제 송산리 고분군(古墳群). 5, 6호분 주변에서 장마 피해를 막기 위한 배수로 공사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여름철이 되어 많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무덤 안으로 새어 들어가 이를 막기 위한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날 장맛비가 시작되었습니다. 인부들은 서둘렀습니다. 한 인부의 삽 끝에서 “쨍” 하는 금속성 소리가 튕겨 나왔습니다. 오래된 벽돌 하나가 삽날 끝에 걸린 것이었지요. 벽돌무덤 무령왕릉이 그렇게 우연히 1400여 년의 긴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이곳에선 왕과 왕비의 금제 관 장식, 금제 뒤꽂이, 금제 목걸이와 귀고리, 목제 베개와 발 받침, 금동제 신발, 청동거울, 무덤을 지키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석수(石獸), 무덤 조성 경위를 기록한 지석(誌石) 등 2900여 점이 유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6세기 웅진(공주의 옛 이름)시대 백제의 정치 사회 문화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들이지요. 국보로 지정된 것만 12점에 이릅니다.
무령왕 흉상의 모자에 관 장식(복제품)을 꽂은 모습.
부부묘이다 보니 금제 관 장식, 베개, 발받침, 신발 등은 부부의 것이 따로 나왔습니다. 그 가운데 간판 유물은 금제 관 장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에 꽂았던 장식물인데, 얇은 금판을 조각칼로 예리하게 잘라내 만들었습니다. 이 관 장식들은 세련되고 뛰어난 조형미 덕분에 백제 미술의 상징으로 여겨지곤 하지요.
○ 불꽃처럼 역동적인 왕의 관장식
국보 154호로 지정된 무령왕 금제 관 장식 한 쌍(높이 각 30.7cm, 29.2cm)을 볼까요. 0.2∼0.8mm의 얇은 금판에 넝쿨무늬(당초문)와 연꽃무늬를 표현했습니다. 넝쿨들이 위로 솟아오르고 있고 맨 위에는 활짝 핀 연꽃이 있습니다. 길게 휘어져 오르는 넝쿨은 타오르는 불꽃을 연상시키네요. 두 가닥의 넝쿨을 아래쪽으로 내려뜨려 변화와 생동감을 주었습니다. 또한 앞면에 구슬 모양 꾸미개들을 금실로 연결해 달아 화려하게 장식했어요.
맨 아래 가운데에 튀어나온 것은 모자에 부착하는 꽂이 부분입니다. 이 부분의 두께는 2mm로, 넝쿨을 표현한 부분보다는 두껍습니다. 꽂이 부분을 구부려 비단모자에 끼워 고정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좀 튼튼해야 하겠지요. 그래서 좀더 두껍게 만든 것 같습니다.
○ 연꽃처럼 단아한 왕비의 관장식
왕비의 관 장식을 왕의 것과 비교해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왕의 관 장식이 화려하고 역동적인 반면, 왕비의 관 장식은 크기가 약간 작고 단정한 편입니다. 한 송이 꽃봉오리인 양 단아하고 간결하지요. 구슬 모양 꾸미개도 달지 않았습니다. 지나치게 멋을 내지 않고 절제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왕의 관 장식보다 더 화려하게 만들면 예의에 벗어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왕비 관 장식의 아래쪽 튀어나온 꽂이 부분을 보니 금색이 아니라 푸른색입니다. 녹이 슨 것이었습니다. 꽂이 부분을 금이 아니라 청동으로 만들어 접합한 것이었지요. 왕의 것은 모두 금으로 만들었는데, 왕비의 것은 꽂이 부분을 왜 청동으로 만들었을까?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립공주박물관에 가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령왕릉 내부 분위기를 살린 전시공간 초입엔 당당한 모습의 석수가 떡 버티고 있지요. 석수를 지나면 황금 유물을 비롯해 다양한 출토품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매력적인 체험이 될 겁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