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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여객기 납치…납치범은 ‘상사병 난 로미오’?

입력 | 2016-03-30 03:00:00

인근 키프로스 강제 착륙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를 출발해 수도 카이로로 향하던 국내선 여객기가 공중에서 납치돼 인근 섬나라 키프로스에 강제 착륙됐다.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납치범은 가짜 폭탄 조끼를 입고 위협하며 조종사와 승객들을 인질로 붙잡아 현지 경찰과 장시간 대치했다. 급파된 경찰 특공대에 납치범은 붙잡혔고 납치극은 결국 8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29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항공 MS181편은 이날 오전 6시 30분 이륙 직후 한 남성이 “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며 기장을 협박해 항로를 키프로스의 라르나카로 바꾸도록 했다.

당시 여객기에는 이집트인 30명을 포함해 미국인 영국인 덴마크인 그리스인 이탈리아인 등 7개 국적의 승객 56명과 승무원 7명, 안전요원 1명 등 모두 64명이 타고 있었다. 납치범은 대부분의 승객을 내보낸 뒤 승무원 4명과 승객 3명 등 7명을 붙잡고 키프로스 경찰과 한동안 대치했다.

납치범은 1995년까지 키프로스에 살았던 이집트인으로 이름은 세이프 엘딘 무스타파(59)로 확인됐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키프로스 출신 아내와의 사이에서 5명의 자녀를 뒀다.

그는 라르나카 공항에 도착한 뒤 키프로스 정부에 정치적 망명과 통역을 요구했으며 옛 아내에게 아랍어로 쓴 편지 4장을 전해 달라며 여객기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 납치범의 옛 아내는 옛 남편을 만나기 위해 공항으로 황급히 이동했고 옛 남편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무스타파는 한때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그가 전달한 편지에는 이집트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들을 풀어주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목적지가 키프로스가 아니라 터키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무스타파가 기장에게 터키행을 요구했으나 연료 부족으로 키프로스에 착륙했다는 것이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여객기 납치는 모두 여자와 관계된 일”이라고 했다. 가디언 현지 기자는 트위터에 “납치 배후에는 상사병이 난 로미오가 있었다”고 적었다. 키프로스 정부 당국자는 “납치범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전했다.

납치범은 이날 오후 2시 30분 경찰 특공대에 체포됐다. 납치범이 손을 위로 올린 채 여객기에서 내려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범행은 다소 어설펐던 것으로 분석됐다. 마지막까지 남은 인질 7명 중 일부는 무스타파의 체포 직전 조종석 창문을 통해 내려오기도 했다. 이집트 외교부 관계자는 “테러리스트의 소행이 아니다”라며 “테러리스트는 미친 인간들이긴 해도 (이번 납치범처럼) 멍청이(idiot)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라르나카 공항은 이날 폐쇄됐으며 곳곳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저격수 등이 배치됐다. 탈출한 승객들을 위한 대체 항공편도 마련됐다.

이번 여객기 납치 사건은 지난해 10월 이집트 공항을 이륙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해 224명이 사망한 지 5개월 만에 터져 이집트 공항 당국의 보안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BBC는 “진짜 ‘자폭 조끼’가 공항 보안시스템을 뚫었다면 큰 문제였겠지만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납치범의 허풍에 놀아난 것도 문제”라고 보도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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