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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어린이집-유치원에 무슨 일이…

입력 | 2016-03-31 03:00:00

업체와 짜고 교재비 부풀려 뒷돈 챙긴 유치원-어린이집 55곳 원장 입건… 유치원 14곳은 국고보조금 빼돌려




부산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유아용 교구 납품업체와 짜고 뒷돈을 챙기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유치원·어린이집 55곳의 원장과 대표이사 59명을 영유아보호법·사립학교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또 교구 업체 대표 차모 씨(55)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어린이집 원장 41명과 유치원 원장 18명 등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각종 특별수업 교재대금을 130∼200% 부풀려 교재 판매업자에게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4억7000여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부정하게 받은 교재대금은 한 곳당 최고 6000만 원, 최소 80만 원이었다. 수천만 원 이상을 부정하게 받은 곳은 대부분 어린이집으로 이들은 학부모가 낸 특별활동비 3억6000만 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유치원 14곳은 부산시교육청의 국고보조금 1억3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다. 유치원은 교육청으로부터 누리과정 교육비 명목으로 원생 1명당 월 22만∼29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 돈으로 교재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긴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경찰이 부산진구의 한 공립어린이집을 수사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지난해 9월 A어린이집의 비리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3개월 뒤 이 어린이집과 거래 관계에 있던 B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리베이트 장부를 발견했던 것. 하지만 이 장부에는 A어린이집이 아닌 다른 55곳의 유치원·어린이집 명단이 나와 수사가 확대됐다.

당시 A어린이집은 부산진구와 원장 정년 연장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었다. 지난해 7월 부산진구는 관내 공립어린이집 19곳 중 2곳이 지난해 말 원장의 정년제한으로 위탁 기간이 종료된다며 위탁 공모를 진행했다. A어린이집은 그중 하나다.

두 어린이집 원장은 행정 소송으로 맞섰다. 먼저 원장의 정년을 제한한 부산진구 조례가 적법하지 않다며 ‘조례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조례의 상위법인 영유아보육법에 연령 제한 조항이 없는 만큼 조례로 이를 규정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이와 함께 두 원장은 ‘원장 지위확인 소송’도 냈다. 이들은 구와 어린이집 위탁 계약을 2012년 맺었는데 당시 계약 기간은 3년이었다. 구에서는 두 원장이 올해 만 60세가 된다는 이유와 함께 이 계약 조건도 위탁 해지 사유로 내세웠다.

부산지법 행정1부는 최근 원장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장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2013년 부산진구가 어린이집 위탁 계약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를 개정하면서 앞선 계약도 같은 효력을 받는 것으로 명시했다고 봤다. 특히 법원은 판결문에서 “정년을 제한한 부산진구의 조례는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조례 무효 소송 부분은 행정 소송의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 결정했다. A어린이집 원장은 “행정기관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다”며 “이번 판결로 실추된 명예가 회복됐으면 한다”고 했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