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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마켓 뷰]실리콘밸리는 헬스케어-테크기업 융합중

입력 | 2016-03-31 03:00:00


이호찬 KTB투자증권 미주법인 대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연두교서에서 암 정복을 위한 ‘문샷(Moonshot)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해 우주 개척의 기념비적 사건을 만들었듯이, 암을 완전히 정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뇌암으로 장남을 잃은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연두교서에도 획기적인 질병치료를 위한 정밀의학 분야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문샷 프로그램은 이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헬스케어 분야는 테크 분야와 함께 오랫동안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미국 벤처 투자의 양대 축이었다. 헬스케어에 대한 투자 비중은 테크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는 지난 2년간 헬스케어 비중이 6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올 들어 3월까지 벤처기업 IPO 4건 모두 헬스케어 기업이었다.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관심 증가는 헬스케어 산업의 내부적인 성장뿐 아니라 테크 분야의 발전에 따른 상호작용이기도 하다. 특히 DNA 분석, 빅데이터 및 분석 기술이 발전하고 유전 정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테크 분야와 헬스케어 분야의 접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 테크 기업인 구글은 지난해 말 설립한 헬스케어 자회사 베릴리(Verily)를 통해 기초과학에서부터 임상,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발에 이르는 사업을 구축하고 있다. 벤처투자 조직인 구글벤처가 올해 집행한 10건의 투자 가운데 4건이 면역항암제 개발을 포함한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였다.

벤처 투자도 모바일이나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이 단순한 서비스 모델보다는 개인맞춤 면역치료, 약물전달 플랫폼, 유전정보 분석 등 기초과학과 데이터분석 능력이 결합된 형태의 벤처회사에 대한 투자가 보다 활발하다.

대형 테크 기업과 대형 제약사 간의 협력도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초 퀄컴이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전자의료장비 분야로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 말에는 구글이 존슨앤드존슨과 합작으로 로봇수술장비 회사를 설립했다.

21일(현지 시간) 애플은 신제품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로, 제약회사가 스마트폰을 임상관리 툴로 사용할 수 있는 리서치 키트와 병원이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케어 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테크 투자자와 헬스케어 투자자는, 조금 과장하면, 별개의 리그로 존재하고 있었다.

즉, 둘 다 스포츠업계에 있지만 한 명은 축구를 하고 다른 한 명은 야구를 하는 것처럼 별로 마주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 테크와 헬스케어가 만나며 벤처회사뿐 아니라 벤처투자업계 내에도 다양한 협력과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앞으로 이 교집합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찬 KTB투자증권 미주법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