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문명 논설위원
“국회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문제는 정치가 갈수록 국민 기대 수준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8대 총선에선 투표율이 사상 초유로 50%에 미달(46.1%)했고, 19대 총선도 18대보다는 높았지만 대선 전초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다(54.3%). 정치 무관심과 냉소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반전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택시 기사들에게 선거 민심 물어보기가 겁날 정도다. “다 죽여 버리고 싶다” “국회가 없어졌으면 좋겠다” 같은 극단적 분노를 실은 답이 돌아오기 일쑤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종편의 출현으로 정치에 대한 정보가 흘러넘쳐 국민은 선진국 수준의 정치 비전을 요구하지만 정치인들의 행태는 최소한의 상식이나 예의를 저버린, 시정잡배보다 못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여당 공천 과정에서 막장·파벌이란 단어가 이토록 휩쓴 적이 있었나 싶고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운동권 문화 척결’도 기대하기 힘들 듯하고 안철수 ‘새 정치’도 빛바랜 지 오래다.
저성장 저고용 저출산 고령화 고부채… 대한민국 하늘에 먹구름이 끼어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게 된 지 꽤 됐다. 김정은은 수시로 미사일을 쏴대고 핵 위협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고 중년들은 은퇴 이후 생계가 걱정이며 노년층은 하루아침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까 전전긍긍이다. 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한국으로 직장을 옮긴 한 대학교수는 “한국은 결국 여기까지(중진국)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낡은 리더와 세력과의 대결
역대 총선에선 미래 리더들이 등장해 선거를 주도했지만 이번 선거는 낡은 리더인 현직 대통령과 낡은 세력 친노가 공천을 주도했다.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이런 사람들이 끌고 갈 20대 국회도 결국 뻔할 것이란 생각만 든다. 미래를 끌고 갈 다음 대통령 후보감도 잘 보이지 않는다. 4·13 시대정신을 ‘절망’이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