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진호 어문기자
각설하고 이제 후보자들은 막말과 인신공격성 발언 대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유권자들의 표심(票心)을 잡는 지름길 아니겠는가.
‘승부(勝負).’ 이김과 짐을 뜻한다. 한때 승부의 일본어 발음인 ‘쇼부’라고 하는 이도 많았다. 허나 요즘엔 쇼부를 입길에 올리는 이는 드물다. ‘승부’ ‘흥정’ ‘결판’ 등에 밀려났기 때문이다.
승부 하면 떠오르는 낱말이 있다. ‘진검승부(眞劍勝負)’다. 진검은 나무로 된 칼이 아닌 ‘진짜 검’이다. 진짜 검으로 하는, 그래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승부가 진검승부다. 일본어 ‘신켄쇼부’에서 왔다. 국어원은 1997년 진검승부를 ‘생사겨루기(정면대결, 최종대결)’로 다듬었다. 결과는? 생사겨루기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 대신 정면승부, 정면대결, 한판 승부, 한판 대결, 맞대결 등이 상황에 맞게 쓰인다. 요즘 들어 ‘사생결단식 적대 정치’, ‘사생결단식 싸움’ 등 사생결단(死生決斷)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진검승부라는 말도 진검이 풍기는 섬뜩함과 말맛이 강해서인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진검승부는 외래어를 우리 음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20대 총선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일부에서는 정치권에 염증이 나서, 기권도 의사표시라며 투표를 안 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렇더라도 투표장에 가 의사표시를 해야 정치가 바뀐다. 조금이라도 더 민생의 아픔을 헤아리는 선량(選良)을 뽑아보자. 지금부터가 승부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