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탄천주차장 폐쇄땐 車 1000대 어디로…

입력 | 2016-03-31 03:00:00

서울시-강남구, 이번엔 주차 갈등




주차공간이 많지 않은 서울 강남 한복판에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다. 바로 강남소방서와 잠실종합운동장 사이에 있는 탄천주차장이다. 약 1000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공영주차장이다. 주차요금은 시간당 1200원. 근처 코엑스(4800원)보다 훨씬 싸다. 주변 쇼핑객뿐만 아니라 잠실야구장을 찾는 프로야구 관람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특히 낮에 관광객을 실어 나른 뒤 밤에 이곳에 주차하는 대형버스도 많다.

하지만 이르면 내년부터 탄천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 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서울시의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탄천주차장이 폐쇄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현대차가 내놓을 공공기여금 1조7491억 원 중 일부를 활용해 탄천주차장을 없애고 시민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탄천주차장은 버스 등 대형차 119대와 일반 승용차 877대 등 총 996대를 수용할 수 있다. 강남구의 전체 공영주차장은 총 5870대 규모. 탄천주차장이 사라지면 전체 공영주차장의 17%가 사라지는 셈이다. 강남구는 탄천주차장 폐쇄 후 강남 전역의 불법 주정차가 극성을 부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강남구는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와 아셈로 지하, 경기고 앞 지하 등을 대체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30일 서울시청에서 ‘현대차 부지 개발 공공기여금 활용 방안’ 회의를 열고 탄천주차장 대체부지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 측은 “관광객을 위한 대형버스 주차장은 검토하겠지만 일반 주차장은 설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교통이 혼잡한 강남의 승용차 통행량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아예 주차장을 없애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중교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영동대로 지하에 조성하는 고속철도(KTX),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6개 철도망 사업과 맞물려 강남의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다. 그 대신 관광버스를 위한 100대 규모의 주차장 설립은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대차 부지에 들어서는 건물에만 3500대 규모의 주차공간이 있다”며 “공영주차장을 추가로 짓는 건 강남의 교통 혼잡도를 낮추려는 서울시의 정책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구는 이것만으론 주차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경제학과)는 “주차장을 강제로 없애는 방식으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은 시민 불편만 초래해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공공기여금의 목적이 교통시설 등 공익 인프라를 위한 것인 만큼 주차장 대체시설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