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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파탈의 관객유혹

입력 | 2016-03-31 03:00:00

세계 초연 뮤지컬 ‘마타하리’
화려한 무대-풍부한 가창력 압권… 다소 늘어지는 전개는 아쉬움




마타하리를 연기하는 옥주현. EMK 제공

초연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무대와 음악, 배우들의 연기는 합격점이었다. 하지만 늘어지는 스토리 전개와 등장인물의 기계적인 배열은 보완할 점이었다. 2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세계 초연된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 이야기다.

일단 압도적인 무대가 눈을 사로잡았다. 마타하리가 무희로 나오는 3층 규모의 물랭루주 무대 세트는 화려했고, 세련된 무대 메커니즘을 만들어 냈다. 360도로 회전되며 한쪽은 물랭루주로, 반대쪽은 전쟁터로 사용돼 공간 활용도가 높았다.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건너온 유명 뮤지컬 무대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다. 총 29대의 오토메이션(전자동) 기기로 작동된 무대는 작품의 총제작비(125억 원) 중 80%가 투자된 값어치를 했다.

총 30곡의 넘버(음악)도 완성도가 높았다. 옥주현이 맡은 마타하리의 넘버들은 성량이 큰 그에게 잘 맞았다. 그는 ‘예전의 그 소녀’, ‘마지막 순간’ 같은 넘버를 통해 시원하게 뽑아내는 목소리로 귀를 뻥 뚫어 줬다. 옥주현이 선보인 팜파탈 마타하리의 유혹적인 춤은 관객을 캐릭터에 빠져들게 했다.

전체적으로 덜어 내야 할 장면이 많았던 점은 아쉽다. 특히 1막의 경우 스토리 전개가 지루하게 늘어졌다. 마타하리가 프랑스 라두 대령(류정한)에게 협박당해 스파이가 되고, 독일 사령관에게 접근해 작전 계획을 빼낸다. 간간이 공군 소위 아르망(송창의)과 사랑의 감정도 나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90분이 걸렸다. 또 마타하리가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사가 많은 점도 눈에 거슬렸다. 마타하리의 매력은 대사보다 관객이 바라본 마타하리의 모습 그 자체가 돼야 할 것이다.

러닝타임 내내 마타하리, 라두 대령, 아르망 세 주연들이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섰다. 맞춘 듯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등장 순서가 극에 대한 관객의 호기심을 앗아가 버렸다. 스토리 전개가 느린 데다 인물들이 순차적으로 반복 등장하면서 피로감이 느껴졌다.

보완할 점도 있지만,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보여 준 작품임은 분명했다. 극을 본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야기 전개가 올드한 측면이 있지만 불필요한 장면들을 영리하게 들어낸다면 40∼60대가 주 관객층인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시장에선 되레 장점으로 발휘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